오늘의 주장-우병우 수석이 자진사퇴해야 할 이유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들여다 보면 각종 비리와 부정이 복합적으로 나열돼 있는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
우 수석의 영향력이 끼칠 어느 한 분야에서도 ‘클린’하게 넘어가는 구석이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항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지도층일수록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쓰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신지 않아야(李下不整冠  瓜田不納履)’될 터였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마치 까도까도 새로운 껍질이 나오는 양파를 보는 듯하고, 한 번 당겨보니 이놈 저놈 줄줄이 딸려 나오는 고구마 줄기인 듯하다.
검·경 등 사정기관을 통솔하고 고위 공직자 임명에 날카로운 메스를 대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리한 막중한 일들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국민들의 자조가 결코 과하지 않다.
우 수석은 민정수석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실패했다. 진경준 검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민정수석실은 진 검사장을 검증하면서 그가 보유한 시가 100억원대의 넥슨 주식 80만주에 대해 “장모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는 해명만 듣고 추가 검증을 하지 않았다.
당시 검증에선 실무팀이 제시한 ‘부적격’의견까지 우 수석에 무시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허술한 검증은 진 검사장의 말바꾸기 놀음에 놀아나다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참담한 현실로 귀결됐다.
우 수석의 아들과 관련된 의혹들은 ‘금수저’ 논란 속에 ‘흙수저’들의 자괴감을 키웠다. 내부규정까지 어기며 우 수석의 아들이 ‘꽃보직’인 서울청으로 전출된 상황을 두고 우 수석은 “아들의 상사를 모른다”고 했다.
부대배치 4개월 미만인 경우 전출이 금지된다는 게 내부 규정이다. 우 수석의 아들은 두 달만에 서울청으로 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인수인계 기간을 포함해 업무지원 형식으로 파견돼 있었기 때문에 4개월을 채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굳이 특혜 의혹까지 감수하면서 경찰이 우 수석의 아들을 꽃보직으로 전출시킨 ‘충성심’은 무엇 때문이었나.
사정기관의 꼭짓점에 있는 민정수석이 수도 서울 경비와 대통령 경호를 관할하는 서울청 경비부장을 몰랐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 경찰 중 경무관이 68명, 치안감이 26명에 불과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서울청 차장(치안감)으로 승진한 경비부장은 당시 경무관이었다. 그 승진의 검증도 민정수석실에서 했다. 몰랐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정말로 몰랐다면 민정수석 자격이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자기 모순이다.
그런데 우 수석의 공개해명은 “아들이 병역을 기피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었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외박·외출 특혜까지 겹친다. 우 수석의 아들은 511일 근무 기간중 59일 외박에 85차례 외출을 했다. 정기외박, 특별외박, 지휘관 재량 특박까지 최대치를 끌어모아야 가능한 수치다.
또 그의 아들이 유기준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스펙 쌓기’를 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당시 유 의원실은 채용공고조차 내지 않았었다. 추천인이 누구였는지도 잘 모른다는 답변이다. 우 수석은 국회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아들 얘기에 불같이 화를 냈다고 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처가 부동산 매매에 대해서도 가당찮은 해명이 뒤따른다. “매매현장엔 갔지만 주로 장모를 위로했다”는 것이다. 현직 검사였던 사위가 매매 계약서를 살피지 않고 무슨 말로, 왜 장모를 위로해야 했을까. 1326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매매 계약현장에서 법률전문가인 우 수석이 했던 일이 ‘장모 위로’였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우 수석은 또 “복잡한 거 안 걸려 있는 깨끗하고 심플한 땅”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 땅은 소유권 소송까지 걸린 것이었다. 이런 부동산을 넥슨 코리아는 1300억원대 고가에 계약했다. 넥슨 코리아 측의 ‘보험용’이 아니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우 수석의 처가가 보유한 땅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우 수석의 아내와 자매들은 2014년 11월에 동탄면 농지를 공시지가보다도 더 싸게 사들였다. 신고 가격이 7억4000만원인데, 당시 공시지가는 7억7681만원이었다. 인근 땅의 시세는 이 거래가의 6∼8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땅의 실제 소유주가 우 수석의 장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씨 처가는 상속세를 포탈한 것이 된다. 이 땅에서 실제 농작 행위가 있었느냐 여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화성시는 청문회를 거쳐 농지법 위반여부를 가린다고 한다. 농지법상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외교부 인사 전횡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외교부 영사국이 정부의 비자발급 수수료 면제 탓에 인건비 조달에 차질이 생기자 기획재정부 예산을 전용해 충당하게 됐는데, 이런 문제점에 대한 협조공문을 관련부처에 발송하게 됐다. ‘앞으로 결정에 앞서 미리 협의하자’는 취지의 이 협조문을 두고 민정수석실은 ‘항명’으로 받아들였고, 대기발령과 파견, 좌천 등 ‘인사참화’로 이어졌다.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 아니었고, 징계위원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시작했다. 법상 현직의 위치에 대한 것에 한정해 감찰을 벌이겠다는 것인데, 어느 정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지는 두고볼 일이다. 청와대는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 기저엔 ‘싸고 드는’ 뉘앙스도 풍긴다.
이젠 그와 관련된 어떤 ‘큰 건’이 터져 국민의 마음을 허무하게 만들지 겁조차 난다.
답은 우 수석이 처가 부동산 매매 개입 의혹을 받을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사정당국의 수장이 사정 당할 처지에 놓일 때부터 이미 그는 제 역할을 내려놓아야 했다.
자진 사퇴, 그것만이 그나마 우 수석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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