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1차례 경비 5천만원 챙기고 차명계좌 운용도 드러나

진경준(49·구속)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대표 등으로부터 9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된 것은 68년 검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은 진 검사장을 해임해 달라고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은 순수한 투자수익이 아니라 김 대표와의 오랜 유착 관계 속에 뇌물로 챙긴 주식으로 얻은 불법수익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 검사장은 차명계좌 및 타인명의 계좌로 '검은 돈'을 거래하는 등 추가 비리가 확인됐고 뇌물을 건넨 김 대표도 함께 기소됐다.

▲ 이금로 특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경준(49·구속)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한 후 생각에 잠겨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29일 진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7월 6일 이금로 인천지검장이 특임검사로 지명되고 수사에 착수한 지 23일 만이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김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진 검사장의 처남 회사로 일감을 몰아준 대한항공 전 부사장 서모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진 검사장은 2006년 11월 넥슨재팬 주식 8537주(당시 가격 8억5370만원 상당)를 넥슨 측에서 무상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은 2005년 6월께 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을 매입하는 종자돈으로 쓴 넥슨의 비상장주식 매입 대금 4억2500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진 검사장은 공짜로 받은 주식을 마치 장모로부터 돈을 빌려 매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주식대박 의혹이 터진 올해 4월 공직자윤리위가 재검증에 착수한 이후에도 주식대금을 넥슨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숨겼다.

▲ 진경준 검사장 넥슨 뇌물의 핵심

진 검사장은 공직자윤리위에 3차례에 걸쳐 허위 소명서를 제출했고, 특임검사팀은 이같은 '적극적 허위 신고 및 소명'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진 검사장은 2008년 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넥슨 명의의 법인 리스 차량이던 제네시스를 공짜로 사용한 뒤 3천만원이던 이 차량을 넘겨받은 혐의도 받는다. 리스료 1950만원도 관련 뇌물액에 추가됐다.

진 검사장은 2005년 11월부터 2014년 말까지 11차례에 걸쳐 김 회장과 넥슨 측으로부터 가족 해외여행 경비 5011만원을 지원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11차례의 여행 중 8차례는 진 검사장 가족만 다녀온 여행이었다고 특임검사팀은 전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직접 챙긴 뇌물은 넥슨재팬 주식과 제네시스 차량, 여행경비 등 9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일련의 범죄들을 동질적인 내용이라고 보고 한 개의 행위로 묶는 '포괄일죄'로 진 검사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기소했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이 검사라는 신분 때문에 향후 각종 형사사건 등에서 법률적 도움을 받겠다는 뜻에서 금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 검사장은 넥슨이 연관된 법률 사건을 두고 진행 상황을 알아봐 주거나 김 대표 측에게 조언을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진 검사장이 2010년 8월께 대한항공 전 부사장 서씨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인 B사로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가 함께 적발됐다.

진 검사장은 앞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을 내사한 바 있다.

진 검사장은 내사를 종결한 지 한 달 안에 자발적으로 서씨를 접촉했다. 내사 종결 사실을 언급하면서 처남 회사의 수주 편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한진그룹 내사 사건을 종결한 과정 자체에서는 부당한 측면을 찾기 어려웠다고 특임검사팀은 설명했다.

진 검사장은 차명계좌를 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진 검사장은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자금거래나 주식 거래를 하면서 처남의 계좌를 사용했다.

진 검사장은 2011년 5월 한 보안업체 주식 1만주를 4000만원에 취득한 뒤 이듬해 1억2500만원에 매각, 8500만원가량의 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주식거래는 해당 보안업체 대표 조모씨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임검사팀은 이 보안업체가 진 검사장에게 대가를 바라고 차명 주식거래를 한 것인지 수사했지만 위법행위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 검사장이 2012년 모친 명의로 벤츠 승용차를 사건 관계자로부터 챙겼다는 의혹도 뇌물 혐의를 의심할 만한 증거가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 매각으로 챙긴 시세차익까지 포함한 범죄수익 130억원에 대해 이미 서울중앙지법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은 최근 130억원에 대한 보전명령을 내렸다.

넥슨 김 회장의 배임 의혹 등과 관련된 고발 사건의 경우, 특임검사팀에 배당돼 있지만 검찰은 향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수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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