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 고향땅을 밟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의 간다’로 섬세한 감정 연출을 선보였던 허진호 감독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실존 인물로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려 든다.

기구한 운명의 인물을 다루면서 신파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이다.

‘영친왕 망명 작전’이라는 허구적 이야기를 더해 극의 긴장감을 살린 점도 묘수라고 할 만하다.

영화 ‘덕혜옹주’에서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백윤식)는 환갑을 맞아 막내딸 덕혜옹주(손예진)를 얻는다.

나라가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갈 위기의 상황이었으나 덕혜옹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란다.

하지만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상황은 돌변한다. 조선인들이 덕혜옹주를 중심으로 뭉치는 조짐을 보이자 일제는 그를 강제로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가 만 13살 때의 일이다.

일본에서 덕혜옹주는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 하나 친일파 한택수(윤제문)가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대한제국의 황녀가 아닌 일제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라고 강요한다.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찾아온다. 어릴 적 친구인 김장한(박해일)이 일본군으로 위장해 덕혜옹주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덕혜옹주는 일본에서 오빠인 영친왕(박수영)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김장한은 독립군 비밀조직원으로 영친왕을 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시키려는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덕혜옹주는 독립군의 도움으로 무사히 일본을 탈출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영화 ‘덕혜옹주’는 권비영 작가가 2009년에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존 인물인 덕혜옹주를 다루고 있다.

덕혜옹주는 소설과 영화에 그려지듯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쫓겨나고서 망국의 황녀라는 이유로 불행한 삶을 강요당한 인물이다.

일본에서 백작과 정략결혼을 하고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얻어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그는 결국 남편과 이혼했고 그의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이승만 정부에 입국이 거부됐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온 때는 그의 나이가 50살이 되던 1962년이었다.

영화는 불행한 역사의 짐을 떠안아 삶이 파탄 난 개인을 그리면서도 감정의 과잉에 빠지지 않는다. 눈물이 나오는 시점에서 한 발짝만 가고 멈춘다.

그리고 덕혜옹주란 인물의 불행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개인적 소망이 일제라는 역사적 장벽에 가로막힘’이란 축으로 정리하면서 고종황제(부녀), 양귀인(모녀), 복순(친구), 김장한(남녀) 등 다양한 관계에서 비롯한 덕혜옹주의 여러 감정을 풍부하게 풀어낸다.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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