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더구나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우려 섞인 상황에서 저출산이 계속되면 생산인구가 줄어 성장잠재율은 더욱 둔화될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의 기초사회보험의 혜택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기술의 진보는 인구성장에 비례한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마이클 크레머 하버드대 교수는 “많은 선진국도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한국의 출산율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85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최단시간인 독일보다 900시간 이상 많고, OECD 국가들 평균보다도 300시간 이상 길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의 정반대의 결과였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의 2014년 시간당 31.9달러로 회원국 평균 49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많은 기업들이 야근과 잔업, 휴일근무가 일상일 정도로 비일비재하지만 효율이 형편없는 이유는 무얼까. “삶의 질이 높은 근로자가 업무에 전념할 수 있고 이는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는 간단한 원리이다. 육아·건강·가족걱정으로 고민 중인데 장시간 붙잡아 놓는다고 일손이 제대로 잡힐리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국가와 기업의 필수 성장엔진이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유연근무제의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시간선택제(전일제근로보다 근무시간 축소), 탄력근무제(출퇴근시간 자율 조정), 원격근무제(고정된 근무장소에서 벗어나 재택근무 등)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농어촌공사는 2010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여 시범운영 후 2013년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쉽고 편하게 유연근무제에 참여할 있도록 유연근무제 간편 신청 시스템 마련, 직원 교육, 제도개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노사가 함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농어촌공사 충북본부에서 2015년 한해 동안 1개월 이상 유연근무제에 참여한 직원은 26명으로 대상 직원(331명)의 7.8%였던데 반해 2016년 상반기 참여인원만 43명으로 전년 대비 65%의 증가를 기록했다.

충북본부는 2016년 유연근무제 참여인원 목표를 75명으로 설정했는데 초과 달성이 전망된다. 참여직원에 대한 자체 설문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움 된다는 응답이 95%, 업무몰입도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 85%, 직무만족도 91%, 유연근무제 지속 참여 의사 95% 등 유연근무제 참여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일회성 캠페인만으로 정착하기 힘들다. 정부와 정치권이 저출산이 우리 경제의 핵심 아젠다라는 인식을 함께 해야 하고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 전환과 협조가 유연근무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여러 기업들의 제도 운영을 통한 다양한 성공사례를 공유하여 아직 망설이고 있는 기업들도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극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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