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에서 설움 받던 류승우, 태극 마크 달고 골 퍼레이드

(동양일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류승우(레버쿠젠)는 어린 나이에도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겪고 있다.

그는 2013년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뒤, 임대 형식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과 계약했다.

이후에도 임대 선수로 계속 맴돌았다. 레버쿠젠은 그를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로 임대했고, 지난 시즌엔 분데스리가 2부리그 빌레펠트로 보냈다.

류승우는 최근 레버쿠젠으로 복귀했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레버쿠젠은 터키 대표팀 하칸 찰하노을루, 슬로베니아 대표팀 케빈 캄플, 독일의 신성 율리안 브란트 등 우수한 미드필더 자원이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류승우가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 올림픽 축구 헤드트릭을 기록한 류승우가 두 번째 골을 성공한 뒤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팀에서 즉시 전력 선수가 아닌 류승우는 올림픽 출전을 쉽게 허락받았다. 아울러 팀의 프리시즌 훈련에 합류하지 않고 올림픽 준비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는 각 소속팀에서 리그 경기를 펼치는 올림픽 대표팀 동료들과는 달리, 홀로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그는 묵묵히 리우 올림픽을 준비했다.

올림픽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이런 류승우에게 큰 신뢰를 보냈다.

류승우는 5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C조 1차전 피지와 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격했다.

올림픽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피지의 두꺼운 수비벽을 세트 피스 중심으로 뚫겠다"라고 밝혔는데, 류승우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중앙 수비를 뚫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한국은 예상대로 피지의 수비벽에 고전했다.

하지만 류승우가 피지의 골문을 시원하게 뚫어냈다. 그는 전반 32분 권창훈(수원)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왼발 슈팅으로 값진 선취골을 터뜨렸다.

전반 38분에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팀 수비수 필리페 바라빌라라의 태클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기도 했다.

키커 문창진(포항)의 슛이 골대 왼쪽을 맞고 나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류승우의 플레이는 빛났다.

그는 후반전에 더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3-0으로 앞선 후반 18분 패널티지역 왼쪽 침투에 성공해 올림픽 대표팀의 네번째 골을 터뜨린데 이어, 7-0으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에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 올림픽 축구 역사상 본선 무대 첫 해트트릭 기록이었다.

류승우 축구 인생에 최고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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