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선수층 불구 체계적 훈련으로 남자 양궁 대들보 계보 이어

(옥천=동양일보 임재업 기자)옥천 이원초등학교는 전교생 100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2년 전 인근 대성초등학교와 통합했는데도, 학년마다 1학급을 꾸미기도 빠듯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초등학생 시절 김우진(앞 줄 가운데)

    그러나 이 학교는 우리나라 양궁계가 인정하는 명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단체전)과 은메달(개인전)의 주인공 박경모(41·공주시청 플레잉감독)에 이어 7일 새벽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 과녁을 꿰뚫은 김우진(24·청주시청)이 이 학교 출신이다.

    박 감독은 67회(1988년), 김 선수는 84회(2005년) 졸업생이다.

    17년 선후배 사이인 둘은 1994년 히로시마에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고교생 궁사'로 출전해 나란히 2관왕에 오르는 이색기록도 세웠다.

    이 학교가 농촌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궁 명문이 된 데는 교육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훈련이 성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1980년 창단된 이 학교 양궁부는 3·4학년 때 일찌감치 후보 선수를 발굴한 뒤 집중력과 근성을 갖춘 선수를 골라 육성한다.

    학생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해를 거르지 않고 선수를 뽑기 위한 처방이다.
 
초등학생 시절 김우진

    선수로 선발되면 상급학교인 이원중학교와 훈련장을 공유하면서 5년짜리 연계 프로그램에 맞춰 집중훈련을 받는다.

    양궁 코치 김화봉(39·여)씨는 "초등∼중학교를 잇는 훈련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어 충실하게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며 "세계를 제패한 선배들의 눈부신 업적도 어린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천교육지원청에서도 이 학교 양궁을 특별 육성 종목으로 정해 지원하고 있다.

    조명시설까지 갖춘 전천후 훈련장을 조성해 야간 훈련이 가능하도록 해줬고, 해마다 전지훈련도 지원한다.

    이 학교 출신 중에는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은 강상훈(충북체고)과 김필중(〃)이 있다.

    두 선수는 고교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재학생 가운데는 전국 초등부 4위에 오른 이승현(6학년)이 주목받고 있다.
 
이원초등학교 양궁부 꿈나무들 [이원초등학교 제공]

    이정자 옥천초 교장은 "어린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계보를 잇는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폭염 속에서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며 "리우에서 김우진 선수가 보내온 금빛 낭보가 꿈나무 후배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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