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짓는 부모 "안방에 금메달 걸어놓을 자리 마련…2관왕 이뤘으면"

(옥천=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양궁팀이 7일 새벽 금 과녁을 꿰뚫는 순간 주장 김우진(24·청주시청) 선수 고향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 미동리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양궁 단체전 금메달 응원하는 김우진 선수 고향 주민들.

    마을회관에 모여 밤샘 응원을 펼치던 주민들은 '김우진'을 연호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평소 말수가 적은 어머니 정양순(48)씨는 "부모 노릇도 제대로 못했다"며 큰일을 해낸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아버지 김의규(58)씨는 "정말 대견하고 자랑럽다"고 김 선수를 치켜세운 뒤 "개인전에도 침착하게 임해 꼭 2관왕이 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양궁을 하던 형(25)을 따라 처음 활을 잡았다.

    재미 삼아 시작한 운동이지만, 그는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해 불과 1년 만에 충북소년체전을 제대하면서 '신궁'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막노동과 농사로 어렵게 생계를 꾸리는 부모 밑에서 형제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 김씨는 "당시는 형편이 너무 좋지 않아 두 아들에게 변변한 운동화 한 켤레 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김 선수에게 든든한 후원군을 자처하고 나선 이는 당시 교직에 있던 큰아버지 김덕중(74)씨다.

    일찌감치 김 선수의 재능을 발견한 그는 김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늠름한 아들 모습 지켜보는 김우진 선수 부모와 이웃들.

    이에 보답하듯이 김 선수도 중학교 진학 후에는 양궁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듯이 이를 악물고 활시위를 당겼다.

    김씨는 "우진이는 과묵하고 참을성이 많아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라면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코치와 갈등 때문에 양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할 지경이 됐는데도 주변에는 고민 한마디 털어놓지 않았다"고 어린 시절의 모습을 회상했다.

    그는 "형편은 좀 어려웠지만, 동생 내외도 지극정성으로 우진이를 뒷바라지했다"며 "어린 우진이 입에서 부모님을 호강시키기 위해 반드시 운동으로 성공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약속을 지키듯이 김 선수는 최근 고향 마을에 부모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새집을 지어주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 김씨는 "공사를 서둘러 우진이가 귀국할 때는 새집에서 맞겠다"며 "안방 중앙에는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걸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벅찬 기분을 드러냈다.
    김 선수는 이번 대회 개인 예선 랭킹 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을 쏘면서 일찌감치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어머니 정씨는 "며칠 전 전화 통화에서 우진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컨디션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며 "이웃들이 이 소식을 전해듣고는 '힘을 보태자'며 단체응원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고향서 김우진 선수 응원하는 부모.

    이장 김진명(62)씨는 "올림픽 세계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인데, 집에서 잠을 잘 수 있겠냐"며 "우진이는 우리 마을의 자랑이면서, 옥천의 자랑"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응원 현장에는 김영만 옥천군수와 유재목 군의회 의장 등 지역 기관장도 대거 나와 장한 아들을 둔 김 선수 부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 군수는 "주장답게 한치 흔들림 없이 늠름하게 금 과녁을 명중시킨 김 선수가 자랑스럽다"며 "금의환향할 때는 군민 전체가 축하해주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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