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 지영수(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보복조치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최근 한류 콘텐츠 제재 움직임, 상용비자 발급제한, 한국 여행객 제한 기류 등 관광·축제·한류·영사 각 분야에서 중국의 ‘저강도 괴롭히기 작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3일 한국인 상용비자 관련 초청장 발급을 대행하던 자국 업체를 자격 정지시켰다. 이 조치로 상용 복수비자를 새로 발급받으려는 국내 중소기업인들이 상당한 불편을 치르게 됐다.
특히 중국은 한국인에 대한 전격적인 상용 복수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한국 측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한국 관광객이나 대기업 진출 등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대신 주변부를 공략하면서 국내 민심의 동요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부문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 취소는 정부가 대응할 수단이 딱히 없는 상태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가 이날 한·중 양국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배우들의 중국 팬 미팅(6일)을 이유도 없이 연기했고 걸그룹 ‘와썹’의 중국 공연 일정도 돌연 취소됐으나 중국 정부가 명확한 한류 규제 방침을 세운 게 아니어서 정부로선 항의할 상대도 불분명하다.
현재 사드 배치 논란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충북의 경우 음성지역이 사드 배치 대상지로 거론되면서 한때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기도 했으나 정부가 경북 성주군을 최적지로 선정, 가까스로 사드위협에서 비껴갔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조치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오는 9월 2~8일 청주시 일원에서 17개 종목에서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국가대항 무술올림픽이 그렇다.
현재 17개 종목에서 81개국 2262명의 임원과 선수가 참가 신청을 마쳤다. 60개국 2100명의 당초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 선수단이 469명으로 가장 많고 우즈베키스탄(90명), 나이지리아(78명), 말레이시아(61명), 이란(58명) 순이다.
특히 장기 내전으로 신음하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각각 12명과 2명의 선수단을 보내기로 했고 쿠데타와 테러로 불안한 터키에서는 8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니카라과, 부룬디,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의 국가에서도 선수를 보내기로 했다. 세계무예대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지만 일부 종목은 사드 배치의 후폭풍이 작용하면서 대회 운영에 차질이 빚어 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종주국인 우슈 종목의 경우 참가 선수 명단 제출이 늦어지면서 참가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 외국 참가국 가운데 5번째로 많은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술의 대표적인 종목에서의 차질이 빚어질 경우 김빠진 대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충북 경제도 일정부분 위축될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충북의 제1위 무역대상국으로 충북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통관 및 인증절차가 강화될 경우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 이차전지, 화학, 화장품 등 주력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의 관광객 통제도 현실화되면 도내 외국인 관광 매출의 감소는 물론 청주국제공항 이용객 감소가 불가피해 진다.
충북이 선점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산업 중 화장품·뷰티산업과 유기농산업 등도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인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려는 목적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한·중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중과 신뢰의 태도마저 저버린 게 아닌가 싶어 심히 걱정된다.
정부와 충북도는 중국의 경제제재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시급히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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