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이지만 충북 전역은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다. 밤낮 없는 폭염에다 높은 습도까지 이어지면서 불쾌지수가 연일 치솟는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짜증을 느끼는 불쾌지수가 10여일 이상 이어져 사소한 시비가 폭력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을 포함해 주변의 생활소음을 참지 못하고 주먹질을 하거나 관공서에 민원을 넣는 일이 부지기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6일 청주시 흥덕구청에 아파트 단지 내 이웃집 애완견이 짖어대는 통에 매일 아침 1시간 이상씩 잠을 설친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아파트가 ‘미음(ㅁ)’자 구조여서 애완견이 한 번 짖으면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라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더위에 지친 닭이 하도 울어대는 바람에 시끄러워 아침잠을 못 자겠다는 청원구 내덕동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 주민은 희한하게 아침마다 닭이 요란하게 짖어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소음을 둘러싼 주민 간 사소한 언쟁은 폭행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4일 반려견 문제로 한밤중에 아파트 단지에서 주먹을 휘두른 혐의(폭행)로 A(57)씨와 B(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0시 10분께 흥덕구 봉명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개가 짖어 시끄럽다며 불도그 3마리와 산책하던 B씨와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둘렀다.
공사현장이나 에어컨 실외기 등의 소음도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화를 돋운다.
지난 4일 청원구 율량동에 사는 한 주민은 두 달째 중장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근 야산에서 흙을 깎아내리며 내는 소음 때문에 한여름인데도 문을 못 열어 놓고 지낸다고 하소연했다.
청주시 서원구청에 따르면 원룸 공사현장이 많은 율량동 택지개발지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소음 민원이 가장 많다.
올 들어 최근 까지 청주시에 835건의 생활소음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월이 253건(30.3%)으로 가장 많았다. 더운 계절일수록 생활소음 민원을 많이 제기한다.
이는 지난해 통계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지난해 생활소음 민원 1114건 중 여름철인 6~8월에 48.6%(542건)이 접수됐다.
무더위에 예민해지면서 작은 소음에도 이웃 간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불쾌지수가 70~75인 경우에는 10%, 75~80인 경우엔 50%, 80 이상인 경우엔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정신적 불쾌감과 육체적 스트레스가 겹치면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문제는 8월 말까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일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폭염이 길어지면 스트레스도 증가해 충동적인 사고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폭염 스트레스가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도 있는 만큼 상대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사회적인 대비도 필요하다.
폭염에다 높은 습도, 치솟는 불쾌지수. 충분한 마음의 여유와 배려심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