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번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충청도 출신이어서 더욱 그렇다. 충청도는 500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땅덩어리이지만 중원(中原)의 절대적 중요성은 수차례의 지난 대선에서 입증됐다. 한국의 지역구도속에서 이 중원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대망론 주인공이 된다. 결코 허언이 아니다.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와의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9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RDD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21.3%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9.0%)를 2.3%p 차로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8~22일 조사에서는 20.2%로, 문 전 대표의 19.9%와 0.3%p 차 밖에 나지 않는 초박빙을 보이며 3주째 하락세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거론되는 잠룡중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앞으로 1년 4개월여 남은 대통령 선거때까지 반 총장이 이런 지지율을 계속 유지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지난 5월 G7 참석후의 방한 일정에서 경북 안동과 경주를 방문하며 정치적 야망을 드러냈다. TK가 새누리 전통지지 기반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점을 감안, ‘경상+충청=텃밭’으로 인식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충청대망론과 TK에 기댄 전략은 필패라는 역설적 분석도 있다. PK(부산·경남)를 껴 안아야 되는데 과연 PK 여론이 우호적이냐에 대해선 회의론이 많다. 다시 말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제공한 꽃가마를 탔을 때, 가시밭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권고지까지 오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반 총장은 외교장관을 했지만 2004년 당시는 인사청문회가 없어 한번도 혹독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이게 어쩌면 독이 돼 자신을 향할 지 모른다. ‘누가 유엔 사무총장을 만들어 줬는데’라는 비판에 대한 명료한 입장도 반 총장이 내놓아야 한다. 친노(親盧)·친문(親文)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소명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 경험이 적은 것도 흠이다.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며 정치적 감각을 키웠을 지는 몰라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국내 정치판을 어떻게 뛰어 넘을 지도 관심이다.
혹평을 마다 않는 해외 언론도 도사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을 ‘실패한 총장이자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명’, ‘강대국과 맞서기 싫어하는 활기없는 총장’이라고 힐난했다. 뉴욕타임즈는 ‘힘없는 관측자’, ‘어디에도 없는 남자’라고 혹평했다. ‘대선 출마는 유엔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질 국내·외 언론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반 총장이 넘어야 할 거대한 또 하나의 산은 ‘동성애’ 문제다. 반 총장은 동성애 옹호자로 알려져 있다.
2013년 4월 반 총장은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다.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잇다. 아직도 성인인 동성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공식서한을 보내,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내 조국 대한민국이 수치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유엔 근무 전 직원의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종전에는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나라 소속 직원만 가능했었다.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는 230여개 국중 18개 국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2008년 성별, 장애, 인종 등을 두고 특정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다 각계의 반발로 중단했다. 이 법안에 성적지향 즉, 동성애 차별 금지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런 점에서 동성애만 없었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연했다.
만약 동성애 옹호자인 반 총장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차별금지법 통과와 동성결혼 합법화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정서상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다. 반 총장이 올 연말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서도 이런 입장을 견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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