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초반 선전과 달리 메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대회 초반 만 해도 남녀 양궁 단체전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던 올림픽 대표팀은 열대야에 잠 못 이루던 충북도민들에게 청량제와도 같았다.
오죽하면 무더위에 만난 지인과의 첫 인사가 ‘양궁인 입니다’란 우스갯소리까지 돌았지 않나.
열대야에 잠 못 이루며 TV 앞에 앉았던 한국 시청자들에게 남녀양궁 단체전 금메달 소식이 사이다만큼이나 시원해 생겨난 인사말이다. 충북인들에겐 특히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획득의 주역인 김우진 선수가 옥천이 낳은 명궁이었기에 더더욱 환호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대회 사흘째인 지난 9일 세계 랭킹 1위인 김우진(청주시청) 선수는 32강에서 인도네시아 리아우에가 에거사에게 세트점수 2대 6으로 패해 16강 진출에 좌절했다.
한국은 이날 유도 남자 73㎏급 안창림(수원시청), 여자 57㎏급 김잔디(양주시청),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김지연(익산시청) 등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모두 초반 탈락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올림픽 금메달 기대주들이 줄줄이 탈락해 한국의 올림픽 톱10 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보도했다. 이 소식은 아마도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 맞을까 두려워 에어콘조차 맘대로 틀지 못하는 서민들 이야기만큼이나 덥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나마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박상영 선수가 올림픽 대회 닷새째인 10일(한국시각) 금메달 소식을 안겨줘 그간의 기근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자회사 몰아주기 식의 영업이익 조정에 나선 한전의 자기 배불리기는 폭염만큼이나 소비자들에게 더위를 안겨 주고 있다. 야권은 현행 6단계인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4단계로 완화하고 그로 인한 한전의 수익감소를 전체 전기 사용량의 53%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일부 인상으로 보전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전기요금 누진배율이 11.7배로 미국(1.1배), 일본(1.4배)에 비해 훨씬 높은 탓에 서민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요금 개편 주장이 그간 제기돼 온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개편안이 현실화 될 지는 미지수다. 전기요금 개편은 법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결정 사항이다. 여름철마다 가정용 누진제 논의가 나오지만 더위가 수그러들면 논의가 사라지는 것도 정부가 내 놓은 원가구조 논리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도민들은 폭염보다 무서운 누진제 때문에 비싸게 장만한 에어컨을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5% 증가한 2조7045억원을 달성 했다. 이 같은 실적에 고무된 한전 직원들은 1인당 900만원이나 소요되는 ‘글로벌 메가트렌드 현장교육’ 해외 연수를 떠나면서 외유성 논란을 빚고 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을 과정에 있다고 본다.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4년간 흘린 땅방울과 노력, 훈련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12일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길 바란다.
가마솥 더위 만큼이나 가혹한 전기요금 누진제도 서민들의 가계경제를 배려한 정부당국의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좌절은 있지만 포기는 없는,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도전들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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