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두달 간 매월 5만원씩 지원 고작 현실화 돼야
무더위 쉼터 무색 에어콘 가동 제한적…부채질에 의지
전체 전기요금 40% 넘는 교육용 기본요금 체계 개선도

▲ 10일 오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에어컨이 있지만 켜지 못하고 선풍기와 부채로 더위를 쫓고 있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인과 학생 등 노약자들이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을 맘 놓고 켜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가정용 전기에 이어 교육용 전기요금 체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의 월 전기료 지원액이 5만원에 불과해 현실화 여론이 높다.

35도를 보인 9일 오후 충북 단양의 한 경로당에는 선풍기 1대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경로당에 둘러앉은 4∼5명의 노인은 선풍기 바람으로는 더위가 가시지 않는 지 연신 부채질을 했다.

방 한쪽엔 순식간에 무더위를 식혀줄 에어컨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저 장식용에 지나지 않았다.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에도 이 경로당은 하루 2∼3시간 만 에어컨을 가동할 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냉방비는 월 5만원에 그쳐 에어컨을 무한정 가동했다가는 한 달 전기료가 30만원을 훌쩍 넘기어 제한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냉방비 지원도 7∼8월 두 달(10만원)에 불과하다. 9월의 기온도 평년보다 웃돌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달의 냉방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은 다른 곳도 비슷하다.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은 지난달 지역 경로당 25곳을 점검한 결과 8곳이 아예 에어콘을 가동하지 않았다. 현도면 내 대부분의 경로당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어 에어컨을 틀어도 5만원 안팎에 그치지만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한 노인들이 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에 현도면사무소는 ‘전기보다 소중한 건 어르신들의 건강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큰 스티커를 경로당 에어컨에 부착하며 적극 사용을 권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경로당도 매일 15∼20명의 노인이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용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시간을 정해 놓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그나마 에어컨을 제한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곳은 다행이다. 충북도내 경로당 4051곳 가운데 에어컨이 있는 곳은 69.6%인 2820곳이다. 나머지 30.4%인 1200여 곳은 노인들이 선풍기와 부채에 의지해 찜통더위를 견뎌야 한다.

이들 경로당 중 일부는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지자체에 에어컨 설치 신청을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누진제 적용으로 전력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언론 보도까지 접한 터라 올 여름엔 에어컨에 손을 댈 용기를 못내는 것이다.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5만원으로 여름철 냉방비를 감당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며 “부족한 냉방비는 마을 기금 등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요금이 전체 요금의 40%를 넘는 교육용 전기요금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선 냉방 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학교에서 자체 에너지 심의위원회를 통해 자율적·탄력적으로 적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이달 초 개학한 일부 고등학교 등에선 전기요금 부담에 점심시간에는 아예 에어컨을 꺼 놓고 있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달리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지만 기본요금에 전력 사용량 요금을 더해 결정한다. 이 중 기본요금은 일반 기본료와 달리 일정하지 않다. 정해진 기본 단가에 피크 전력 사용량을 곱해 기본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의 상반기 기본요금은 지난해 겨울철(12월∼2월) 피크 사용량에 따라 결정되고 올 하반기 기본요금은 여름철(7∼9월)과 겨울철 피크 사용량 전력 중 많은 쪽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교육용 전기요금에서 기본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이른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일선 학교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률 개정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은 지난 7월 26일 교육용 전력 전기요금 수준이 농사용 전력 전기요금을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 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야권 의원 13명도 지난 7월 초·중등 교육용 전기요금에 대해서 일반 교육용 전력 전기요금의 70% 수준에서 요금을 결정토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충북교총 한 관계자는 “학교 살림에서 가장 큰 고민이 전기요금”이라며 “교육복지 차원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의 요금을 할인하거나 교육용 전기요금을 산업용이나 농사용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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