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발전센터,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 개선사례집 발간

▲ 성별영향분석평가 이후 달라진 미동산수목원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유수유실, 보행로에 설치된 벤치, 원두막, 평상의 모습.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1.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 청주 미동산수목원에는 가족을 배려한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실시된 후 영아를 동반한 여성들을 위해 수유실이 마련됐으며 유모차를 이용하는 부부를 고려해 보행자도로가 정비됐다. 출입문과 주차장에는 CCTV가, 보행로에는 벤치와 평상, 원두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2 충북도는 장애아동의 양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하고 있다. 그런데 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 이 사업의 대상자인 만 18세 미만의 중증장애아 중 남아의 비율이 높고 장애아 성별에 따른 동성 돌보미를 선호하는 특징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남성 장애아돌보미 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실시됐으며 장애아동들이 성에 관한 올바른 태도와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루어졌다.

 

충북도가 2012년부터 5년째 시행하고 있는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개선하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충북여성발전센터는 최근 ‘양성평등 정책공감 이야기 : 2016 충북도 성별영향분석평가 개선사례’를 발간했다. 이 책은 그동안 도내 13개 기관이 작성한 분석평가서 5524건(충북도 462건, 11개 시·군 4915건, 충북도교육청 147건) 중 66가지 사례를 담고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시행된 2012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충북도가 추진한 성별영향분석평가 개선실적을 점검하고 제도 시행에 따른 성과를 집약한 것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도내 13개 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의 여성 비율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위원 위촉 시 성별을 고려함으로써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시킨 것이다.

충북도는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를 구성할 때 성별을 고려하지 않아 여성이 겪는 안전관련 위험 요소를 제거하거나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위원 위촉 시 성별을 고려하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해 지난 7월 현재 여성 위원의 비율이 28.6%에 달하게 됐다.

또한 청주시는 옥외광고물의 내용이 성차별적인 의식을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는 평가에 따라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를 일부 개정, 주민협의회 구성 시 청소년·성인지정책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충북도 정보공개 조례 시행규칙 9조(정보공개 모니터단 구성, 운영 등)는 기존에는 ‘모니터단은 20명 이상 50명 이하로 하되 시민단체,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인적자원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성별영향분석평가 이후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에 대해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주부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성별을 고려한 문구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직업, 계층, 성별 등을 고려하여’라는 문구로 교체했다.

충북도 지방공무원 임용후보자 장학생 선발 요건에서 ‘적성 및 품행을 고려한다’는 내용은 삭제됐고 장학금 신청서 서식에 포함됐던 ‘호주와의 관계 기재란’도 삭제됐다. 남성 중심의 가족제도인 호주제의 잔재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성별영향분석평가는 13개 기관이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에서 성차별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성별에 따라 시설과 환경이 개선되도록 했다. 영동에 위치한 노근리평화공원의 전망대 산책로에는 안전로프와 데크가 설치됐고 유아를 동반한 여성을 위해 경사면이 완만하게 설계됐다. 임산부 전용 주차공간 2곳도 새롭게 생겼다.

충주 중앙탑 농업인대학에는 발효식품이나 도시농업 등 여성농업인의 관심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교육생 모집 시 여성농업인을 우대 선발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전년도 대비 여성농업인의 비율이 11% 증가했다.

충북도는 2012년 도 여성정책관실 내에 성평등정책팀, 충북여성발전센터 내에 성별영향평가팀을 신설했으며 같은 해 여성가족부로부터 충북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 운영을 위탁받아 충북도, 도교육청, 11개 시·군의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과 연구,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교수, 여성, 시민단체 활동가 등 외부 젠더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컨설턴트단을 운영하고 공무원이 법령, 계획, 사업에 관한 성별영향분석평가서 작성 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전정애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은 “성별영향분석평가 환류점검을 통해 충북도에서는 법령과 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며 “직간접적으로 도내에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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