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준비는 충분히 했습니다. 날씨 등 현지 상황이나 변수는 모르겠지만, 실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합니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위해 결전의 땅 브라질 리우로 출국하던 한국 양궁대표팀 문형철 감독이 한 말이다.

  한국 양궁은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건 것을 비롯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에서 금메달 3개씩을 따냈지만 이번 올림픽 전까지 금메달 4개를 딴 적은 없었다.

  태릉선수촌에 리우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삼보드로무 경기장을 본딴 무대를 설치, 훈련에 매진했던 대표팀의 목표는 양궁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려있는 금메달 4개를 모두 목에 걸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남녀 단체전 우승이라는 5부 능선까지는 순조로웠다.

  삼보드로무 경기장에는 '도깨비 바람'이 불었지만 대표팀은 예선전부터 외국팀들의 기선을 제압하며 양궁장을 한국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김우진(청주시청)은 예선에서 72발 합계 700점을 쏴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여자부에서는 최미선(광주여대)-장혜진(LH)-기보배(광주시청)가 나란히 예선 1, 2, 3위를 차지하며 메달 전망을 밝혔다.

  남자단체전의 미국, 여자단체전의 대만이 한국의 경쟁상대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막상 단체전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국은 천하무적이었다.

  1990년대생 '젊은피 3총사' 김우진-구본찬(현대제철)-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7일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이 버틴 미국에 6-0 완승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3연패를 달리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미국에 패해 동메달에 그쳤던 남자양궁은 8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되찾아오며 메달 레이스에 물꼬를 텄다.

  특히 1세트에서 6발 모두를 10점 과녁에 명중시킨 기선 제압은 압권이었다.

  여자대표팀은 8일 올림픽 단체전 8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8연패 이상을 달성한 팀은 한국 여자양궁을 포함해 3개뿐일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이다.

  공동의 목표를 이룬 대표팀은 남녀 개인전에서 2관왕에 도전했다.

 

  양궁 강국 한국은 매 올림픽 2~3개씩의 메달을 따왔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단체전과 함께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2관왕에게 집중돼온 만큼 선수들은 저마다 개인전 금메달을 노렸다.

  예선전 결과 남녀 모두 준결승에서야 한국 선수들끼리 만나게 되면서 내심 금·은·동메달 싹쓸이도 기대했다.

  예선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김우진(청주시청)이 32강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맛본 대표팀은 곧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선수들은 16강까지 순항했다.

  관심을 끌었던 여자 개인전에서는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이 삼보드로무의 도깨비바람에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대기만성' 장혜진이 결승에서 리사 운루흐(독일)를 세트점수 6-2로 꺾고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가장 금메달을 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13일 남자 개인전에는 구본찬이 금메달 꿈을 이뤄내며 전종목 석권 목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남자양궁의 올림픽 첫 2관왕 달성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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