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공동취재구역을 지나쳤다.

 몇몇 선수들은 눈가가 빨개져 뭐라고 말을 붙이기도 미안한 분위기였다.

 임영철 감독도 처음에는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인터뷰를 사양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다시 나와 이번 대회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등 단체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대표적인 '효녀 종목'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는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했지만 '감동의 명승부'로 평가받으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 스웨덴과 1,2차전에서 연달아 패하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우승팀 네덜란드와는 극적으로 비겼지만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 4차전에서 또 지면서 탈락이 확정됐다.

 주포인 김온아(SK)가 스웨덴과 2차전 경기 도중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는 악재를 고려하더라도 조별리그 탈락은 한국 여자 핸드볼에게 충격적인 결과다.

 오영란(44·인천시청), 우선희(38·삼척시청) 등 베테랑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재발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또 체격의 열세도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졌다. 평균 신장이 우리나라는 172㎝로 러시아와 스웨덴(이상 178㎝)은 물론 네덜란드(176㎝), 프랑스(175㎝)에 비해 작았다.

 임영철 감독은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며 "다 제 책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뒤 이번에 금메달에 도전했다가 쓴잔을 들게 된 임 감독은 "몸싸움에서 밀리는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다 보니 체력이 금방 소진돼 이날 후반 약 15분간 무득점에 그칠 정도로 위력적인 슛을 던질 힘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날 13-13에서 약 15분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5골을 연달아 내줬다. 그러나 그사이에 부지런히 움직여 좋은 기회를 몇 차례 얻었지만 슛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골키퍼 정면으로 보내고 마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임 감독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의 스피드와 기술을 앞세운 핸드볼이 통했는데 이제는 유럽의 '파워 핸드볼'을 당해내기 어렵게 됐다"고 돌아보며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어려서부터 체격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을 핸드볼로 데려오는 저변 확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임 감독은 "아직 우리 핸드볼이 (세계의 벽에 맞서) 포기할 단계는 결코 아니다"라며 "우선 남은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 승리를 자축하는 프랑스 선수들 뒤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한국 핸드볼 대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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