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자극에 성공한 판타지 멜로 스릴러, 시청률도 '쑥쑥'

외계인도, 미래에서 온 사람도 필요 없다. 아예 만화 속으로 들어갔다.

MBC TV 수목극 'W'가 판타지 멜로의 소재를 확장하며 관심을 얻고 있다.

경쟁작인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가 내세운 '슈퍼 울트라 한류스타'의 코를 단번에 납작하게 만든 'W'의 주인공은 만화 속 주인공이다.

'슈퍼 울트라 한류스타'의 현실감도 그리 높진 않지만, 만화 속 주인공은 아예 현실감이 '제로'다.

외계인이나 미래에서 온 사람은 시공간을 초월해 이동한다면, 만화 속 주인공은 동시간을 살지만 다른 차원에 있다는 설정이다.

저 옛날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까지 많은 이야기가 떠올려진다. 작가는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시스템은 같은데 사는 사람들이 다르다

'W'는 지난 10일 7회에서 13.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다. 동시간대 1위인 것은 물론이고, 김우빈-수지가 주연한 사전제작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가볍게 눌러 화제다.

이 드라마는 같은 하늘 아래에 사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 다른 달과 태양 밑에 있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다.

오연주(한효주 분)가 사는 세상과 강철(이종석)이 사는 세상은 모든 면에서 닮은꼴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강철이 오연주의 세계로 와 서점에서 지불한 현금도 통용된다.'

하지만 강철의 세상에는 오연주라는 사람이 '등록'돼 있지 않고, 오연주의 세상에는 강철이 웹툰 속 주인공일 뿐이다. 이 둘이 사는 세상의 경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지면서 오연주와 강철은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게 된다.

현재의 인물이 조선시대로 간다거나, 조선시대 인물이 현재로 올라오는 시간 이동의 설정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차원에서 숨을 쉬는 '인간' 남녀의 등장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설정이라 신선하다.

처음에는 이같은 설정을 시청자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W'는 그것이 기우였음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 송재정 작가의 진화한 판타지 스릴러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 아홉번의 시간여행'으로 판타지 멜로를 성공시킨 송재정 작가는 'W'를 통해 진화했다.

작가들이 종종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고는 하는데 송 작가는 기존의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판타지를 구상해 이를 성공적으로 진수시켰다.

그의 작품은 판타지 멜로에 스릴러를 중요한 양념으로 가미한 게 특징으로 늘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마냥 하늘을 날 듯 '달달'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 뒤통수를 치는 충격도 안겨주는 게 묘미다.

그 정점은 '나인 : 아홉번의 시간여행'으로, 미국에서 리메이크를 하겠다고 사갔을 정도인 이 드라마는 애틋한 멜로드라마가 펼쳐지는 와중에 도대체 결말이 어찌 될지 종잡을 수 없어 시청자의 혼을 빼놓았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면, 'W'는 현실과 만화 속 인물의 사랑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 수 있을지 시청자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캔디형 사랑이나, 신데렐라 탄생의 차원이 아니라 남녀 주인공이 맺어지기 위해서는 둘 중 한 명의 소멸, 혹은 한 세계의 소멸을 동반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어 보통 문제가 아니다.

16부 중 7부까지 방송된 'W'가 후반에서도 뒷심을 발휘할지는 미지수. 과연 송 작가의 새로운 선택이 용두사미를 피할 수 있을지가 'W'의 관전 포인트다.

 

◇ 한효주·이종석의 연기는 '글쎄'

이야기는 신선하고 연출도 무난하다. 하지만 정작 두 주연배우인 한효주와 이종석의 연기를 놓고는 갑론을박 의견이 갈린다.

두 배우 모두 평소보다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판타지라는 장르의 특성상 인물의 두 발이 땅에서 얼마간 떠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연기가 떠 있을 필요는 없다.

이종석의 경우는 강철이 만화의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부각하기 위한 것인지 연극적인 몸짓과 말투가 이어진다. '만화적'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름을 확 친 것 같은 장면도 종종 나온다.

오연주가 매 순간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는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효주의 연기는 지나치게 시트콤적이다.

때로는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슬랩스틱 코미디도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허공에 방방 뜬 느낌이다.

드라마가 판타지라고 해서 배우의 연기가 현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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