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지금 걷고 있는 이길 /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인지 / 내 스스로 개척해온 길인지 / 헷갈리며 살다가 // 어느 날 문득 / 새롭게 다가오는 길을 보았다 / 그 길 안에 내가 서 있었고 / 이루지 못한 평생소원이 / 흔적처럼 찍혀 있는 것을 보았다 // 친구인양 다가오는 그의 절개를 잡고 / 지금까지 걸어온 삶 넘기면서 / 비로소 소수점 찍을 수 있었다 // 살아 온 세월과 살아갈 덤 사이에”(‘소수점 찍다’ 중)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내용 깊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박영서(74)시인이 시집 ‘소수점 찍다’를 발간했다. 시집 ‘옹이에 생긴 상처’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충남 금산 출신의 박 시인은 40여년 동안 서울에서 운수업을 하다 1997년 충북 음성군 소이면으로 낙향한 뒤 2009년 ‘창작과 의식’ 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학창시절 문예부 활동을 했던 경험과 지난 20여년간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박 시인은 사업을 접고 낙향해 조그만 텃밭을 일구며 전원일기를 써온 것도 창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3년간 약 90여편을 습작한 그는 2016년도 충북문화예술지원 문학육성 부분에 선정되며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번 책을 발간했다.

일흔 중반의 나이에 들어서며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반성하고 앞으로 얼마나 유익하게 살아야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박 시인. 따라서 이번 시집에는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각박한 생활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시로 표현했다. 5장으로 구성돼 있는 시집에는 모두 80여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소수점 찍다’는 걸어 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의 흔적들과 걸어오면서 남겨놓은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시 ‘어디로 가고 있니’는 읽고 나면 먹먹함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약 3년 전 막내 아들의 죽음을 겪고 나서 그 아픈 마음을 시에 담았다. 아들이 떠나던 그 날은 그의 71번째 생일날이기도 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그 슬픔을 박 시인은 담담하게 녹여내고 있다.

박 시인은 책에 실린 작품 중 ‘칠월과 팔월 사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70세를 ‘칠월’로 80세를 ‘8월’로 표현한 작품인데 작가의 현재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 시인은 “컴퓨터, 휴대전화의 발달로 독서 문화가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감성과 인성이 풍부해 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이 책이 훈훈한 사회, 인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는데 하나의 씨앗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영호 시인은 “박영서 시인의 작품 속에는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뒤 물씬 풍겨나는 흙내가 난다”면서 “시인의 시에는 연륜 깊은 고뇌의 흔적과 무거운 침묵 속에 애절함이 서려있고 나이를 가늠키 어려운 푸르름이 배어난다”고 평했다.

박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음성문인협회, 둥그레 시 동인회 화숲 동인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충북문학인대회 시낭송 장원, 충북문학상 창작상, 충북우수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산은 바람의 삶을 말한다’, ‘꾼과 쟁이’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찬샘, 123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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