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좀비(한계)기업이 정상기업의 성장세를 깎아 먹으면서 일자리가 제대로 늘지 못해 취업난과 경제 불황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3년 자산규모 기준 15.6%인 좀비기업의 비중을 10%p 떨어뜨리면 정상기업의 고용을 11만명 내·외로 증가시키는 고용증가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즉 좀비기업 자산 비중이 10.0%p 높아지면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이 -0.53%p, 투자율이 -0.18%p 가량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는 진작 퇴출당했어야 할 부실기업들이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연명하면서 한정된 시장 수요를 잠식해 노동·자본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조조정을 통해 좀비기업에 들어갈 노동·자본 등이 정상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금도 좀비기업의 수는 계속 늘고 있고 국민의 혈세로 투입된 막대한 공적자금은 기업의 잘못된 경영방침으로 인해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돼 버렸다. 또 일부 회사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고액연봉을 받는 것도 모자라 공금횡령 등으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경영진은 물론 노조와 정부 관리감독 기관의 부재에 따른 참사인 것이다.

과거 수많은 사례에서 입증됐듯이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노사의 고통분담이 중요하다. 경영진은 사재출연과 연봉 삭감 등으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고, 노조 측도 임금피크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실업급여 확대 등 실직자 생계유지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병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만 사지로 내모는 일이 있어선 절대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충격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사측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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