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 박영자(수필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의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갖가지 우려 속에 개막식을 시작으로 진행 된 올림픽도 막바지에 다다라 22일이면 그 막을 내린다. 이번 올림픽의 모토는 ‘열정을 가지고 살자(Live Your Passion) 인 것처럼 208개국 10,903명의 선수들이 이 여름의 뜨거운 열기보다 더 한 열정을 불태우며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당초 한국은 이번 리우에서 금메달 10개, 종합 순위 10위를 목표로 잡았다. 1차 목표인 금메달 10개 획득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15일 현재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기록하며 종합 순위 10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은 최소한 4년 동안 금메달을 목표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고 혼신을 다하여 도전하고 있고 밤잠을 설치며 그 선수들을 향한 온 국민의 응원 열기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궁에서 우리는 전 종목 석권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와  남녀 개인전에서 구본찬 선수와 장혜진 선수가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금메달 4개를 차지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쾌거였다. 남자 단체전의 선수 중 충북출신 ‘신궁’ 김우진(청주시청)이 있었다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펜싱 에뻬 개인 종목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의 투혼은 얼마나 빛나고 장했던가. 사격 50m에서 진종오는 실수를 딛고 다시 혼신을 다하여 집중하므로 서 금메달을 따냈으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 영웅’이 되었으니 그 정신력은 진정 값진 승리였다.
  유도의 정보경과 안바울, 사격의 김종현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역도의 유진히, 유도의 곽동한, 펜싱의 김정환과 양궁의 기보배, 레스링의 김현우가 동메달을 따 낸 것도 금메달 못지않은 귀한 성과였다.
  그동안의 연습 과정에서 초인적인 노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양궁선수 선발 과정만 해도 8개월 동안 선발전을 치러 3명의 선수를 추려낸다니 얼마나 치열한 경쟁인가. 양궁 선수들은 평소에는 하루에 300발 정도의 활시위를 당기지만 경기 준비를 할 때는 하루에 500발 정도를 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왼손은 짝짝이가 되고, 오른손은 굳은살이 생겨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심리적인 부담감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올림픽 국가선수가 되고부터 금메달을 따는 어제까지 보낸 모든 시간이 고통이었어요.”
금메달리스트 구본찬의 이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다.
  매운 고추처럼 당찬 여자유도 43.8Kg급 은메달리스트 정보경의 손은 너무 거칠고 울퉁불퉁 마디가 굵어져 나뭇가지 같으니 여자의 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상대의 도복을 힘껏 쥐고 들어 올리는 걸 반복하다 보면 손이 휘어지거나 인대가 끊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손가락 마디가 항상 아프고, 굵어져서 반지를 낄 수도 없다니 꽃다운 나이인 태극낭자들의 패션은 사치일 뿐이며 그들의 몸 곳곳에 영광의 상처가 남아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의 발도 상처투성이란다. 매트 위를 구르고 뛰고 넘어지면서 생긴 것이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유명하듯이 손연재의 발도 굳은살이 박이고 슈즈를 신은 발이 변형 돼 있다. 발바닥, 발목 부상도 달고 산다고 하니 그 고통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예쁘고 깜찍한 외모와 화려하게만 보이는 리듬체조의 뒷면에 이런 아픔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녀의 말 속에 고통이 묻어난다.
  “발목 부상을 달고 산다. 인대와 아킬레스건 발바닥도 아프고 내 발을 보면 참 못생겼다    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외출할 때 발가락이 나오는 샌들을 신지 않는다.”
  오른쪽을 많이 쓰는 배구 선수들은 오른쪽 어깨가 많이 처져있어. 신체균형이 잘 안 맞는단다. 수만 번 강 스파이크를 때려 손이 성할 날이 없다. 또 상대의 스파이크를 막다가 손가락뼈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기도 하고 점프를 많이 해서 무릎이나 발목 부상이 많다고 하니 어느 것도 쉬운 것이 없다. 그러니 금메달만이 소중한 것이겠는가.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라 해도 영광의 상처는 남는 것이니 선수들의 노고를 헤아리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건 국위선양을 위해서건 메달을 향한 집념은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영광의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손과 발은 물론 온몸에 그가 쏟아낸 노력과 피땀이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그들은 멋있는 손발 대신에 삶의 도전과 영광의 상처를 택했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정직하고 치열한 삶의 훈장인 것이다.
  편파 판정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오른 팔이 탈골 된 상황에서도 한 팔로 따낸 레슬링 선수 김현우의 동메달이 금메달만 못하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 투혼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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