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이시종 충북지사의 3선 도전 발언 배경이 궁금하다. 정치 고단수인 그가 섣불리 아무 의미없이 얘기했을 리는 만무해 그의 의중을 헤아리기가 더 애매하다. 일각에선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3선 타령이냐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맡은 지사 업무 수행에 전념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생뚱맞게 3선에 도전하겠다고 해 도정을 혼란스럽게 만드냐는 거다.
차기 지방선거(2018년 6월13일·수)는 아직도 1년 10개월이나 남아 있는데 선거 출마 얘기를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은 분명 성숙치 못한 행동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선의 이 지사가 불쑥 3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의문은 더 커져만 간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 지사는 최근 중앙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도지사 임기가 끝나는데 한번 더 출마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이변이 없는 한 출마할 계획이다. 지역을 위해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든 사람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본 다음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건너는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이 지사가 대뜸 3선 출마 발언을 한 것이다.
지역 정·관계의 반응은 예민했다. 정말 3선에 도전할까라는 의문에서부터 도전한다 해도 왜 이리 빨리 자신의 의중을 드러냈느냐, 반기문 대망론에 기대 말을 갈아 타려는 계산된 발언 아니냐는 등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부정적 반응은 당연 새누리당에서 나왔다. 충북도당은 “3선 타령하는 이시종 충북지사는 자중해야 한다”면서 “차기 권력을 탐하고 노릴 때가 아니라 도민들이 잘 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라”고 질타했다.
지난 선거에서 고교동창인 새누리당 윤진식 전 국회의원과 붙어 재선에 성공한 이 지사는 그후 행정을 표밭 다지기와 치밀하게 연계시키는 데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지사는 세월호 참사라는 절대적 유리한 국면에서도 1582표 차가 말해 주듯 간신히 당선됐다. 7전7승을 기록해 ‘출마는 곧 당선’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낸 그였지만 다음 선거를 장담할 수 없게 한 선거였다.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는 “세월호 하에서의 신승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상대의 선거전략 미스만 아니었다면 7전6승1패가 됐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측불허였던 이 선거이후 충북도는 시장·군수, 아니 읍·면·동장이 챙겨야 할 경로당 잔치 등지역의 소소한 행사까지 일일이 챙기고 있다. 행사장은 온통 이 지사 치켜 세우기로 넘쳐난다.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은 업무처리로 시간 뺏기고 일선으로부터는 도청 체통 깎아 먹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듣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지사의 3선 도전 소식을 접한 도청 공무원들은 예상했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3선에 도전하려면 당내 정리가 필요하다. 이 지사는 지난 선거때 자신을 도왔던 같은 당 모 중진의원에게 ‘3선 출마 않겠다’면서 손가락 끼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비록 개인간의 약속이지만 이것 역시 진중한 이 지사에게는 굴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지사의 3선 도전은 그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3선 도전 발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충청권대망론과 맞물려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지사는 반 총장에 대해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고 충북도민들로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당을 떠나 충북도민 입장에서 보면 이제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충청도민들도 반 총장에 대한 대망(大望)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원론적 입장이기는 하나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 지사의 발언치고는 너무 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당을 옮겨 3선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낸다.
아무튼 차기 지사 선거는 여든, 야든 모두 대통령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본다. 벌써부터 지사 선거 도전 운운해 봤자 소용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 지사는 보름후면 자신이 주창한, 국민세금 80억원이 들어가는 세계 무예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할 중차대한 책무를 안고 있다. 그런 싯점에서 3선 도전 발언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