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줌마의 남다른 ‘촉’… 범죄해결 스릴러

(연합뉴스)아들 혼자 사는 고시원에 한 달 수도요금이 이유 없이 120만 원이 나온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뜻 요금을 낼 대한민국 아줌마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잘잘못을 따지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영화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의 평범한 아줌마 ‘양미경’(박지영)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심상치 않은 수도요금에서 본능적으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아들의 거듭된 타박에도 직접 사건 추적에 나선다.

이 영화는 신문 사회면에나 나올 법한 소재로 한껏 호기심을 자극하며 출발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배우를, 그것도 ‘아줌마’ 캐릭터를 원톱 주연으로 앞세운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가장 큰 장점은 개성 넘치는 주·조연들의 캐릭터. ‘장녹수’, ‘꼭지’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지영이 지방 소도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서울 사는 고시생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아줌마역을 맡았다. 오지랖 넓고 정의감 넘치는 성격으로, 주변 인물들에게 모성애를 자극하며 협조를 끌어내는 인물이다.

고시원 관리소 직원이자 101호에 사는 ‘개태’(조복래)는 입만 열만 욕을 내뱉는 거친 성격이지만 여린 감수성을 지닌 캐릭터다. 고아인 그는 “엄마가 돼 주겠다”는 미경의 설득에 넘어가 얼떨결에 사건 추적에 함께 나선다. 박지영과는 모자 같기도, 연인 같기도 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자 고시 공부만 15년째인 403호 ‘하준’(허정도), 2차 사법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엄마에게 모진 말만 내뱉는 아들 ‘익수’(김대현), 온종일 고시원 앞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는 고시생 ‘덕구’(백수장), 게임에 몰두하느라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진숙’(이솜)까지.

캐릭터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며,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듯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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