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강팀에 체격 밀리고 수비·서브까지 부진한 게 요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커다란 숙제를 안고 리우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다.

1976년 몬트리올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린 한국은 리우 올림픽이 절호의 메달 사냥 기회였다.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의 기량이 절정으로 어쩌면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기회를 잡지 못한 채 8강 무대에서 무너졌다.

▲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4강진출이 좌절됐다. 김연경이 경기가 끝난 뒤 김해란(왼쪽), 김수지(오른쪽)와 함께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한국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조별예선 최대 고비였던 첫판 일본전에서 승리하고 3승 2패로 가볍게 8강 무대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8강 상대는 내심 바랐던 네덜란드였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3-0으로 꺾은 바 있다.

한국은 그때 과시한 예리한 서브와 탄탄한 수비,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브 리시브가 완전히 무너진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처럼 김연경에게만 공격 대부분을 의존했다. 실패는 4년 전처럼 반복됐다.

이번에 기대가 컸던 것은 김연경이 혼자 이끄는 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희진, 박정아(이상 IBK기업은행), 이재영(흥국생명) 등 차세대 거포들이 무럭무럭 성장한 덕에 희망이 보였다.

'황금세대'로 불린 이들은 정작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무기력했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 2단 공격과 같은 큰 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김연경밖에 없었다.

라이트 김희진은 네덜란드의 높은 블로킹을 뚫어내지 못했다. 박정아와 이재영 역시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부진했다.

김희진, 박정아, 이재영에 이어 센터 양효진의 점수를 모두 합쳐도 김연경 홀로 올린 27점에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한국프로배구 V리그가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의 절반 이상을 의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다.

고비처마다 중요 해결사는 외국인 공격수가 맡는다. 토종 공격수들은 지원 비중이 훨씬 크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연경이 개선안을 제시했다.

많은 선수가 외국 리그에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결국 경험이다. 어린 선수들의 공격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안정 측면에서 떨어졌다. 기복 있는 시합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뛴 경험을 토대로 큰 대회에 나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선수가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갔으면 한다. V리그에서 통하지만 여기서 안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많은 사람이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 러시아, 네덜란드 등 강팀들과 줄줄이 대결했다.

한국 선수는 서구 선수보다 체격 면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서브 질과 서브 리시브, 디그 등도 한 수 아래였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브라질이 자랑하는 '스피드 배구'에 0-3으로 맥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공수 조직력은 물론, 전술 측면에서도 세계 벽에 가로막혔다.

한국 배구는 과거 스파르타식 훈련과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쳤다. 거기에 조직력까지 겸비해 1976년 몬트리올에서는 동메달 신화를 이뤄냈다.

세계 정상권에 다시 진입하려면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배구의 부활 묘안이 무엇인지 배구인들이 지혜를 서둘러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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