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봉선리 유적지서…농공구·토기류·씨앗류·포유류 뼈 등 출토

(서천=동양일보 박유화 기자) 서천 봉선리 유적지(사적 제473호)에서 백제시대 저장시설 가운데 최대 규모의 목곽고(木槨庫·목재로 만든 지하 저장시설)가 발굴됐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17일 서천군 시초면사무소에서 봉선리 유적 발굴조사 최종 용역 보고회 및 자문회의에서 "봉선리 유적지 정상부에 있는 백제시대 제단 유적과 관련된 지원시설의 구조와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발굴조사를 한 결과 현재까지 조사된 백제시대 저장시설 중 최대 규모의 목곽고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 목재로 만든 지하 저장시설인 목곽고

이 목곽고는 3.5m 깊이로 땅을 파고 나무로 결구(結球)한 지하식 저장시설로, 가로 4.8m, 세로 4.7m 규모의 방형구조다. 규모면에서 지금까지 조사된 백제시대 목곽고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발굴 당시 한쪽 측벽이 무너진 상태였으며, 8개 기둥으로 떠받쳐 있고 나무로 바닥 판을 깐 것이 특징이다.

발굴팀은 이 목곽고가 백제시대 한성 말에서 웅진 초기에(4세기 말∼5세기 초) 조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 출토 유물

목곽고 내부에서는 고배(굽다리접시), 삼족기(세발 토기), 기대 편(높은 그릇받침 조각) 등 제사와 관련된 토기류와 박·복숭아·밤 등의 씨앗류, 멧돼지 이빨, 큰 포유류 턱뼈와 다리뼈 등 동식물 유존체가 함께 출토됐다.

나무망치 등 목제 농공구와 전복·굴·조개·고동과 같은 조개류도 출토됐다. 이곳이 예전에 바다와 인접해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출토 유물은 서천 봉선리 제단시설에서 행해진 제사 행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 유적지 발굴 현장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요로(燎爐·제사 후 재물을 태운 장소)로 추정되는 건물지 1곳도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목곽고 주변의 제사를 위한 지원시설용지는 흙을 쌓아 대지를 조성한 인위적인 흔적이 넓게 확인됐으며, 주변에 13기의 수혈유구도 발견됐다.

수혈유구에서는 목곽고와 비슷한 시기로 추정되는 흙으로 만든 아궁이 틀, 삼족기, 고배, 기대 등 다수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 수혈유구들도 목곽고와 함께 제사를 준비하기 위한 시설로 추정된다.

장호수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은 "목곽고 등 확인된 유적과 출토유물로 볼 때, 백제시대 제사와 관련한 유적임을 알 수 있다"며 "내부에서 다양한 유물이 나와 당시의 자연환경 및 생활상을 반영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서천 봉선리 유적지는 2006년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석관묘, 마한시대 토광묘, 토기류·철기류, 구슬류, 백제시대 장신구류, 조선시대 동전 및 자기류 등이 출토돼 사적 제473호로 지정됐다.

2014년에는 문화유적 시굴조사를 진행 중 백제인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장소로 추정되는 '천제단'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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