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과 책임감에 실력발휘 못해…초반 난항에 분위기 침체

▲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고성현-김하나

(동양일보) 한국 배드민턴에 올림픽 악몽이 재현됐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겪은 '노골드' 수모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설욕하려고 했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한국 배드민턴은 금메달 수확에 실패하고 말았다.

18일(한국시간) 한국 배드민턴에게 남은 기회는 여자복식 정경은(26·KGC인삼공사)-신승찬(22·삼성전기)의 동메달 결정전 단 하나다.

정경은-신승찬이 이날 오후 열리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한국 배드민턴은 사상 최악인 '노메달'에 그치게 된다.

한국 배드민턴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매 대회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효자종목'에 등극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복식 이용대-정재성의 동메달 하나에 그쳤다. 여자복식에서는 '져주기 파문'에 휩쓸려 선수 4명이 실격당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리우에서는 런던의 굴욕을 만회하기는커녕 더 큰 상처를 입을 위기에 빠졌다.

전력은 최고였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이용대(28·삼성전기)-유연성(30·수원시청)은 한국 선수단 전체의 금메달 기대주로 꼽혔다. 남자복식 세계 3위 김사랑(27)-김기정(26·이상 삼성전기)도 다크호스로 거론됐다.

혼합복식 세계랭킹 2위 고성현(29·김천시청)-김하나(27·삼성전기)는 AP통신이 선정한 리우올림픽 금메달 후보였다.

여자복식 정경은-신승찬, 장예나(27·김천시청)-이소희(22·인천공항공사)는 각각 세계랭킹 5위, 9위로 정상의 기량을 자랑했다.

단식도 여자단식 세계랭킹 7위 성지현(26·MG새마을금고)과 17위 배연주(26·KGC인삼공사), 남자단식 세계랭킹 8위 손완호(28·김천시청)와 16위 이동근(26·MG새마을금고)도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했다.

세계 정상의 선수들만 모인 올림픽에서 세계랭킹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선수들도 배드민턴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방심을 경계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이러한 랭킹은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대표팀은 금메달 2개에 추가 메달 여러 개를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특히 지난 런던올림픽을 설욕하겠다며 각오가 대단했다.

그러나 이런 각오와 기대는 대표팀에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기량으로는 전혀 밀리지 않는 상대에게 고전하거나 패했다.

이는 도미노처럼 대표팀에게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이용대-유연성은 조별예선 3차전부터 세계랭킹 13위인 블라디미르 이바노프-이반 소조노프(러시아)에 1-2로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앞서 2차전에서는 세계랭킹 20위 리성무-짜이자신(대만)에게 2-1 진땀승을 거두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조 2위로 8강에 안착했으나,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 12위 고위시엠-탄위키옹(말레이시아)에게 1-2로 역전패했다.

이용대-유연성이 8강전에서 탈락한 것은 대표팀에 큰 충격이었다.

이용대-유연성이 8강전을 치르는 동안 경기장인 리우센트루 4관에서는 3개의 코트에서 한국 선수가 동시에 경기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옆 코트에서 8강전을 치르던 장예나-이소희는 크리스티나 페데르센-카밀라 뤼테르 율(덴마크)에게 앞서는 경기를 하다가 전세를 뒤집혀 패하고 말았다.

다행히 손완호는 이용대-유연성의 경기가 끝나기 전에 8강행을 확정한 상태였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경기 일정 탓에 한국 대표팀은 마음을 가다듬을 틈이 없었다.

이상 기류는 이전부터 감지됐다.

그에 앞서 고성현-김하나가 8강전에서 쉬천-마진(중국)에게 허무하게 지고, 김사랑-김기정은 푸하이펑-장난(중국)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면서 대표팀은 당황했다.

여기에 대표팀의 기둥인 이용대-유연성까지 무너지면서 대표팀의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았다.

하필 올림픽에서 몸이 무거워진 이유로 이용대-유연성은 '부담감'을 언급했다.

이용대는 "연성 형이 부담도 많이 됐을 것이다. 저도 부담됐는데 연성 형이 잘 버텨줬다"고 고마워했고, 유연성도 "부담감을 어떻게 우리가 이겨낼까 연구를 했다"고 털어놨다.

부담감과 무거운 분위기에 더해 '나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선수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대표팀은 힘을 내고자 했지만, 하필이면 대진운도 따르지 않았다.

유일하게 8강을 통과한 정경은-신승찬은 준결승에서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 마쓰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일본)를 만나 0-2로 완패했다.

8강에 오른 단식의 성지현은 세계랭킹 1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 손완호는 세계랭킹 2위 천룽(중국) 등 강적과 만나 패하고 말았다.

배드민턴 강국을 자부하던 한국은 리우에서 노골드 수모를 다시 당했다.

나아가 노메달을 면하기 위해 정경은-신승찬의 동메달 결정전만 바라보는 안타까운 신세가 됐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