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제천의 딸 ‘태권낭자’ 김소희가 통쾌한 금빛 발차기로 올림픽 챔피언에 우뚝섰다.

김소희(여·22·한국가스공사)는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전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김소희는 한국 선수단에 ‘럭키 세븐’인 7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김소희는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하늘에 대고 마음속으로 ‘주여’라고 외쳤다. 준결승전에서 부모님한테 금메달 걸어준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기쁘고, 하늘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챔피언으로 우뚝 선 김소희는 제천 신백초 3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하고 가녀린 탓에 새벽마다 코피를 쏟고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를 보다 못 한 기계체조 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딸의 건강을 위해 태권도를 권유했다.

이후 김소희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또래 친구들 보다 월등한 실력을 자랑, 서울체고 재학 시절인 2011년에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6㎏급에서 정상에 올라 일찌감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특히 당시 대회 16강전에서 상대 선수의 공격을 막다가 손가락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만큼 큰 부상을 당했지만 진통제도 맞지 않은 채 버텨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어 201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우승,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여자 경량급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금메달은 김소희에게 정말 순간순간이 ‘파란만장’했다.

하마터면 올림픽 출전조차 못 할 뻔했기 때문이다. 지난 런던 올림픽까지는 특정 국가의 메달 싹쓸이를 막기 위해 한 나라에 남녀 2체급씩, 총 4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최경량급인 49kg급에는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강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김소희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이번 리우 올림픽부터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체급별로 올림픽 랭킹 상위 6위 안에 든 선수에게 자동출전권을 주기로 한 것. 또한 각 나라에서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체급에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제도도 바뀌었다.

김소희는 지난해 12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초반에 탈락하면서 올림픽 랭킹이 7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 체급 6위 안에 태국 선수가 2명이 들어가는 바람에 김소희에게 기적처럼 리우행 티켓이 주어졌다.

김소희는 “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한 만큼 남들보다 두 배로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했다”며 “울면서 운동도 많이 했고, 그랬기 때문에 정신력도 강해져 이 같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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