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일괄발주가 저질시공 이어져 사고 원인 돼
분리발주 책임시공·지역의무도급제·단체장 의지도

▲ 안기왕 충북전기공사협회장

▣위기를 기회로 다시 뛰는 경제인-안기왕 한국전기공사협회 충북도회장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연중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전기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분야보다 성실하고 안전한 시공이 중요합니다. 전기사업법상 전기와 통신은 반드시 분리 발주하도록 돼 있지만 다른 전문 시공분야도 책임시공을 위해선 법에서 보장하는 분리발주가 이뤄지는 것이 맞습니다. 일괄발주는 저가수주로 저질 건설자재를 쓰게 돼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건설현장의 생리입니다.”

안기왕(53·㈜신성이엔지 대표) 한국전기공사협회 충북도회장의 말이다. 안 회장은 2014년 1월 임기 3년의 21대 충북도회장에 취임한 후 잔여임기 5개월여를 남겨 놓고 있다.

충북 전기공사협회는 규정상 중임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안 회장은 연임조차 반대하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장기 집권하면 단체의 사유화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생기고 차세대 인물을 키울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단임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안 회장은 전국 대비 3.2%대 경제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충북도가 4%경제 달성을 위해 각종 기업의 투자유치에 전력하고 있는데 정작 충북의 전기공사업 규모는 2.5% 안팎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충북도가 영·호남처럼 소규모 공공발주 공사의 경우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단체장이 의지를 갖고 ‘지역의무 도급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역 업체들이 수도권의 대기업과 경쟁이 안 돼 갈수록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지역 중소업체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하루 전기공사 노임이 10만∼12만원 하던 것이 이제 5만∼6만원을 받고서라도 수주하려는 저가경쟁에까지 내몰린 상황으로 출혈경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 회장은 지역 업체들이 신산업 분야인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보급 및 충전소 설치 사업 등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 등 선진국은 전문분야를 우대하는 분리발주 제도가 잘 정착돼 있다”며 “비만 오면 불꽃이 튄다는 필리핀 전신주의 경우 저가수주 경쟁이 낳은 폐단”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전기인만큼 성실하고 안전한 시공이 이뤄지기 위해선 제값 받고 시공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현행 한전의 전기 판매 사업을 연말까지 민간에까지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개인적으로 반대”라며 “독과점도 나쁘지만 전기처럼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국가기간산업분야는 굳이 보편적서비스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윤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민간업체의 경우 때가 되면 반드시 전기 값을 올리게 돼 전기요금 폭탄이 예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우리 업종도 고기능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전 충북본부와 함께 충북에너지고, 충북반도체고, 증평공고, 제천디지털전자고 등 충북 공업계고를 대상으로 모두 4차례에 걸쳐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며 “이는 현행 전기공사업종의 고기능 인력 대부분이 50대 중반 이후로 노령화 되고 있기 때문에 후학 양성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회 활동의 가장 큰 성과는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이끌어내 전기 기능사 자격자는 2년의 경력 없이도 일정교육(20시간)만 받으면 즉시 전기공사 기술사로 인정받아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 연간 1만1400여명의 전기관련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고졸자들이 전문직으로 종사할 수 있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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