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재옥 기자)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 앞에서 홍보를 하는 교원그룹 학습지 ‘빨간펜’ 영업사원의 말에 꾀여 학습지를 시작했다. 비교적 학습지 내용이 나쁘지 않아 부모님도 선뜻 허락해 주셨는데 문제는 가입을 하고 난 이후였다. 영업사원은 주기적으로 담당 교사가 방문해 학습지도로 해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100여만원이 넘는 전집을 허락도 받지 않고 집에 놓고 간 이후 매달 할부금액을 청구했다. 이에 반품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박스 포장을 뜯었다는 이유로 반품을 거부했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책 대금을 납부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그간 교원그룹은 물론 빨간펜은 쳐다보기도 싫은 브랜드였다.

생각하기도 싫은 빨간펜에 대한 기억은 얼마 전 제보를 통해 상기됐다. 청주지역 한 학부모는 학습지 교사의 권유로 ‘스마트 빨간펜’ 수업을 신청했으나 수업 첫날부터 동영상 강의 끊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수업을 제대로 수강할 수가 없었다.

이에 담당 학습지 교사에게 조치를 요구하고 수차례 학습용 기기인 스마트빨간펜과 학습용 PDA에 대해 원격지원과 택배를 통해 AS를 받았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위약금 폭탄을 맞았다.

더욱이 이 업체는 해지 관련 논의 중에 소비자에게 협박성 최고장을 보내고 출금정지 시킨 계좌에서 수강하지 않은 교육비를 인출하기도 했다. 또한 본사와 소비자의 해지 논의 과정에서 책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협박했다.

해지를 두고 12개월 동안 교사와 지국, 본사가 책임 전가에 급급했지만 제보 접수 후 취재를 시작하자 교원 본사는 환불을 해주겠다며 기자와 소비자를 회유했다.

이번 일을 취재하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하는 업체에서 이렇게까지 소비자를 우롱할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소비자 우롱 수위를 넘은 빨간펜은 수익창출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교육사업자로서의 윤리 점검이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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