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넘게 지속된 찜통더위가 일상생활을 넘어 산업(농·어업), 환경, 건강에까지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실상 국가 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의 예측과 대응 시스템은 허술하기만 하다.
전국의 논·밭이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타 들어가 수확을 앞둔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수온상승으로 녹조 확산과 함께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해 양식업계도 수백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상 고온이 지속돼 음식물 세균 번식이 빨라지면서 서울·부산 등 각급  학교에선 집단 식중독 사고가 잇따르고 15년 만에 잊혀졌던 전염병인 콜레라까지 다시 발병해 보건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마을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이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에어콘도 맘대로 켜지 못하는 ‘전기료 폭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제 ‘찜통 교실’도 모자라 개학 한 학생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정비가 허술해 상한 음식을 먹여 단체 식중독에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식약처와 교육부는 24일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전국 학교 단체급식소에 대한 일제 지도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전기료 폭탄 홍역을 치른 정부가 재난 수준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뒷북 대책’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2일 하루에만 서울과 경북, 부산, 대구의 고등학교 5곳에서 727명이 학교 급식을 먹은 뒤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보건당국이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이들에게서 모두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보건당국은 이번 식중독이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볼 때 식자재와 식용수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 분야를 집중 점검키로 했다.
아울러 학교의 경우 학교장 책임으로 급식시설 및 설비의 청소, 살균, 소독을 매일하고 급식 관계자인 영영사, 조리사, 조리원이 발열과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이면 조리 등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등 각별한 관리에 들어갔다. 이는 충북과 충남, 대전, 세종의 교육당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부의 ‘폭염 대응 종합대책’에 폭염이 계속될 경우 학교 급수와 급식의 위생관리를 강화해 식중독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개학 전 사전에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다.
이처럼 정부가 반복되는 망우보리(亡牛補牢)식 재난대응의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확한 예측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최근 폭염과 관련해 잇단 ‘양치기 예보’로 ‘오보청’으로 전락했다. 온도, 강수량, 미세먼지 등 기상예보 중 그나마 예측 난도가 낮은 게 온도라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관측하지 못했다. 매달 가뭄 예보와 경보를 발표하는 국민안전처도 기상청의 잘못된 예측 정보로 ‘가뭄을 재난 수준에서 관리 하겠다’던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
기상청은 세계적으로 가장 정확하다는 영국의 수치예보 모델을 도입하고 530억원의 슈퍼컴퓨터 4호기를 가동하고 있다. 멀쩡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오보청으로 전락한 데는 역량 있는 예보관과 연구관 양성의 메커니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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