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부 출범 따라 '수권정당'-'선명야당' 노선투쟁 본격화

사드문제 시험대…"야권이 사드반대 공조해야"vs"집권해도 그럴수 있나"

정장선 "정권맡겨도 되겠다는 신뢰 얻어…균형 맞추는 것이 새지도부 과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가 7개월만에 막을 내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기로에 섰다.

수권정당을 표방하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느냐, 선명한 야당성을 앞세워 진보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형국이다.

김 대표는 "정체성에 매달리면 영원히 집권을 못한다"며 중도·실용노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주자들이 앞다퉈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지도부 출범에 따라 '집토끼(전통적 고정 지지층)냐 산토끼(새 지지층)냐'로 대변되는 노선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내 분위기는 '투쟁하는 야당'의 모습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실제로 25일 초선의원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간연장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회견과 거리행진에 나서는 등 당이 차츰 '좌클릭'하는 듯한 조짐이다.

▲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지상파 3사 공동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추미애 후보.

그러나 중도·실용노선을 지키며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특히 현안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정쟁에 몰두한다는 지적과 함께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는 비난도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종걸 후보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세상은 변하고 있다. 당은 정체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서도 유연해야 한다"며 "김 대표가 가진 안보외교 부문에서의 실용·안보 노선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전당대회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당론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노선투쟁의 첫 시험대가 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당 대표 후보들이 모두 사드배치에 반대하고 있어, 지금의 '전략적 모호성' 대신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다.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차기 대표가 반대 당론을 들고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만약 저희가 집권을 했을 때, 북미관계가 심각해지고 북한과의 상황이 악화됐을 때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정기국회를 끌고 갈 우상호 원내대표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 원내대표는 '86그룹' 운동권 출신으로 당내 강경파들과 가깝지만, 원내수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오히려 실용주의를 내세워 김 대표와 투톱으로서 보조를 맞춰왔다.

당내에서는 중도노선과 강경노선이 충돌했을 때 우 원내대표가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 옆에서 총선기획단장으로서 4·.3 총선을 지휘했던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이날 고별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이 균형적 측면에서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다음 지도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무본부장은 김 대표에 대해서도 "'차르', '독재자'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만큼 확신을 갖고 정치를 하는 분"이라며 "요즘에는 정치가 가벼워졌는데, 후배들이 김 대표에게 배울 점이 많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결과를 포함한 당의 변화에 대해 "이제는 국민들이 정권을 맡겨도 되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반면 아쉬운 점으로는 "박영선 이철희 의원 등이 공천에 관여를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관여한 것처럼) 오해를 받고, 인터넷에서 매도된 일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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