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농가 기록적 폭염·가뭄…과일·밭작물 고사 피해 확산
세종·옥천·보은 잇단 기우제…충북도 단계별 농작물 가뭄대책 추진

▲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25일 청주시 용암 포도 재배 농가에서 출하를 앞두고 있는 포도의 잎과 알이 말라가고 있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청지역 농가는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탓에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밭작물이 말라죽거나 과일이 낙과하는 피해로 수확할 물량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주부들은 제수용품이 천정부지로 치솟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수확기 작물 피해 확산

25일 충북도에 따르면 연일 폭염과 가뭄으로 작물이 시들고, 썩고, 우수수 떨어지는 등 작물 피해면적이 축구장 700개를 합쳐놓은 491ha에 이른다.

옥천군 군북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이승우씨 부부는 요즘 가뭄에 타들어가는 배밭에 물을 대느라 정신이 없다.

나무 밑동에 매단 비닐 봉투에 물을 가득 채워 두고 분무기를 돌려 메마른 잎사귀에 생명수를 공급하지만 바싹 마른 2만5000㎡ 배밭의 갈증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한창 살이 오를 시기의 배 성장을 돕기 위해 열흘째 비상 급수를 하고 있지만 혹독한 날씨에 주눅이 든 배는 좀처럼 생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15kg짜리 800상자가 선물용으로 나갔으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폭염과 가뭄으로 배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데다 추석마저 예년보다 일러 출하시기를 맞추기도 힘들다.

사과 재배 농민들도 울상이다. ‘추석 사과’라고 불리는 ‘홍로’는 대개 9월 초 수확하지만 올해는 더위 때문에 생육이 더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사과의 절반가량은 강한 직사광에 화상을 입어 상품가치가 없다. 햇볕에 덴 사과는 껍질이 누렇게 변하면서 딱딱해져 출하할 수 없게 된다.

청주시 용정동의 한 복숭아 농장도 이달 초부터 과일에 구멍에 뚫리고 검게 썩으면서 우수수 떨어져 최소 3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영동과 보은지역 특산물인 감과 대추는 아예 제수용 출하를 포기한 상태다. 가뭄 때문에 성장이 멎고 표면이 쭈글쭈글해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도 폭염에 직격탄을 맞아 시들었고, 고추·배추·콩 등 밭작물도 말라죽거나 시드는 등 생육 부진으로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절반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댐 저수율 한 달 새 6% 감소…대청댐 최고

이 같은 농작물 피해는 많은 비를 몰고 오는 태풍이 없고 무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에는 평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적게 내렸다. 지난 1~23일 1mm 미만의 비가 내린 곳은 보령·완도(0.0), 인천(0.1), 여수(0.2), 해남(0.4), 수원(0.6), 강화(0.7), 서산(0.8) 등이다. 이 지역 8월 평년 강우량은 200~300mm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8개 다목적댐 저수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24일 기준 평균 저수율은 50%가 무너진 49.8%를 기록했고 저수량은 63t을 조금 넘는다. 댐별로는 충청도와 전북 일부 지역 식수원인 대청댐 저수량 감소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장맛비로 4년 만에 최고 수위에 오르며 저수율 70%이던 대청댐은 한 달 만에 1억5000만t이나 줄어 62%로 떨어졌다. 충주댐은 13억t에서 11억8000만t으로 9.2% 감소했다.

●가뭄대책 마련 분주

지자체마다 가뭄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충북도는 11개 시·군과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단계별 농작물 가뭄대책 추진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내 강수량은 48.5mm로 평년(213.7mm)대비 23% 수준인데다 9월초까지는 농작물 가뭄 해소에 흡족할 만한 강수 전망은 예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양수기 558대, 송수호스 40km, 스프링클러 1199대 등을 지원, 가동하고 있다. 단양군은 급수차 25대로 ‘단비 기동대’를 운영 중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하늘에 비를 염원하는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옥천군은 이날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군북면 추소리 정자에서 단비를 염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보은군과 농민들도 지난 24일 오정산 정상에 있는 삼년산성에 올라 동쪽 하늘을 향해 치성을 올리면서 비를 염원했다.

문경시 가은읍 용추계곡에서도 지난 23일 단비를 기원하는 제가 열렸다. 이 지역에서 기우제가 열린 것은 60년 만이다. 이날 세종시 금남면에서도 메마른 대지에 비를 내려달라는 농민들의 치성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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