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팀이 꾸려졌다. 특별수사팀장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민정수석을 수사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수사팀 구성을 보면 대다수 야당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조차 신뢰감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수석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있다. 박 대통령이 ‘국기문란’ 발언을 통해 얼마나 신망이 두터운 지를 보여주었다. 이는 곧 검찰에게 ‘가이드 라인’ 제시한 것과 같은 의미다. 더욱이 ‘우병우 사단’과 그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이 어디 있느냐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여전히 현직에서 버티고 있는 우 수석을 수사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팀장은 “관련 수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윗선 보고 체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중대한 검찰 수사의 민정수석실 보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이 된 이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말이다.
우 수석을 감찰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도매금으로 함께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도 우 수석의 파워가 어느 영역까지 뻗쳐있는 지 짐작할 만한 일이다. 본말이 전도된 일이지만 일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수사의 잣대를 ‘기계적 형평성’에 맞췄기 때문이다. 처가 땅 의혹에 아들 꽃보직, 부동산 고가매매 특혜 의혹 등 차고 넘치는 우 수석의 의혹에 비해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조사 내용은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 수석과 관련 기관들이 감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토로였다. 이 것이 법이 정한 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무얼 위반했는지 대화한 내용만 확인해서 무혐의로 할 것인지 입건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일인 것이다.
윤 팀장이 우 수석과 맺어온 ‘개인적 인연’도 수사를 하기 전부터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만든다. 윤 팀장과 우 수석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윤 팀장이 고검장 승진 때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이가 우 수석이다. 동기이면서 ‘은인’인 우 수석에게 비수를 겨눌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러 의혹들이 차고 넘치지만, 특히 화성땅 의혹은 반드시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화성시는 우 수석의 아내 등 네 자매가 소유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중리 농지의 농지법 위반 등을 조사한 결과 이 땅 일부가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땅의 88.7%가 휴경 상태로 농사를 짓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인 차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를 그닥 신뢰하지 못하면서도 국민들은 그러나 한가닥 희망 걸고 있다. 공정하고 명명백백하게 수사를 할 지도 모른다는 자기 최면이다. 윤 팀장이 사적인 인연을 뒤로 하고 평소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여기에도 적용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눈길을 보내는 것은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니다. 결론이 어찌 날지 뻔하다고 예단해서도 안된다. 냉정하고 준열한 눈으로 수사의 시종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공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제 선택의 길에 놓였다. 권력에 굴종해 ‘뻔한 결론’을 낼 것인지, 아니면 이제라도 ‘자가개혁의 척도’가 된 우병우 수사를 한 점 의혹도 없이 선명하게 결과 도출할 것인지. 검찰에게로 넘어간 그 선택지를 국민은 차분히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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