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생존율, 미국·유럽 8%지만 한국은 5% 머물러

미국과 유럽보다 한국은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드물어 정부 차원에서 심폐소생술 관련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 응급의료 학술대회'(The 4th Asian EMS Conference)에서 이근 가천대길병원 원장은 미국과 유럽의 심폐소생술 생존율을 근거로 한국 심폐소생술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한국 심폐소생술 생존율은 2006년 1.8%에 불과했지만, 현재 약 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생존율이 약 8%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도시의 경우 20%까지 보인 곳도 있다.

이 원장은 "고작 3%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응급의료 시스템의 발전 현황과 비춰봤을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심폐소생술 요령과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 등을 배우고 있다.

프레디 리퍼트 덴마크 코펜하겐 의과대학 교수는 "심폐소생술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습득해야 하고, 평소 자동제세동기 위치와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심폐소생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심정지와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1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율이 97%에 이르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7~25%씩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서울에서만 1년에 급성 심정지 환자가 약 5천명이 발생한다"며 "서울 도심 곳곳에 자동제세동기가 약 8천개가 배치돼 있는데도 대다수 국민이 잘 모르고 있어 실제 사용률은 고작 0.6%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응급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하는 단계와 의료기관이 보유한 진료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일반인의 적절한 대처가 가장 핵심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응급의료 관련 정부지원금이 연간 2100억원 정도 투입되고 있으나 소방체계 구축·외상센터 운영·전문인력 양성·심폐소생술 교육 등 다양한 항목에 분산투자되고 있어서 예산 확충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근 원장은 "이마저도 올해를 끝으로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국민이 심폐소생술에 관심을 두고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활용하려면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