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철흠(충북도의회 의원)

▲ 연철흠(충북도의회 의원)

며칠 전 지인들과 산행을 하려고 집에 둔 등산모를 찾으려 했다. 허나 그날따라 보이지가 않았다. 모자가 없으면 하나 사면 될 일이지만 평소에 쓰던 모자인지라 꼭 찾고 싶었다.
  집 안 여러 곳을 찾아봤지만 놀리기라도 하듯 모자는 꼭꼭 숨어 찾을 수 없었다. 오기가 발동하여 집안 구석구석을 뒤진 끝에 한나절 만에 모자를 찾았지만 뒤집어 놓은 물건을 다시 정리할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집에 나도 모르는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었다니 마냥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물건들이 나를 밀치고 집안 공간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뜩이나 더운 이 여름이 더욱 덥게만 느껴졌다.
 어릴 시절을 상기하면, 우리 집뿐 아니라 다른 집들도 모두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잘 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청소기, 정리함 등 정리정돈을 위한 용품도 좋아졌는데, 오히려 왜 더 정리정돈이 안될까 생각을 해 보았다.
  어린 시절엔 다들 가난해서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서 가져오는 물건이 거의 없었다. 장난감도 없어서 산에서 꺾어 만든 나무칼이나 공깃돌, 사방치기에 쓰는 돌이 대다수였다. 농기계도 귀해서 호미나 낫, 지게, 도리깨 등 인력만을 이용하는 도구밖에 없었던 탓에 부모님 집안에 크게 자리잡을만한 물건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건이 흔해져서 살면서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는 수고를 별도로 해야 한다. 그래야 집안에서 발이라도 뻗고 누울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이 너무 어려워서 이를 가르치는 학원도 생기고 그 자격증도 있다니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너무 과하게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긴 지금 한국인 생활방식처럼 살려면 지구가 3.3개 있어야 된다는 언론보도도 접한 적이 있었다.
  풍요롭게 사는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몰라 가끔은 내가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물건이 나를 소유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 세대처럼 농기구나 생활용품에 애착을 갖고 살뜰하게 사용해야지 사람이 물건을 사용한다고 정작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자를 찾으려고 꺼내 놓은 많은 물건을 정리하면서 이 기회에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꼭 필요한 물건만 집안에 두기로 했다. 욕실용품은 욕실에, 청소용품은 다용도실에, 안 입는 옷 등 버릴 것은 재활용 옷 수거함 또는 휴지통에 물건을 넣었다.
  지난 2015년 말에 교수들은 혼용무도(涽庸無道)라고 대한민국 사회를 표현했다. 사회마저도 정리가 안 되어 혼란스럽다는 뜻이다.
  물건이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어야 나중에 그 쓰임을 기다릴 수 있고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듯이,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자신에게 맞는 제 자리에서 일을 해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에게 봉사를 해야 함에도 사업가처럼 돈을 찾는 것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강제로라도 정리정돈을 해줘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깨끗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제 이익만 생각하는 정치인, 방산비리 군 관계자, 비리 검사, 처가특혜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자리에 돌려보내는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각자 스스로에게 진실하게 물어 보았으면 한다.
“내가 있을 자리는 어디인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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