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홍보를 위해 ‘영화 촬영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일부 지자체는 영화 마케팅을 통해 큰 소득을 올린 반면 일부는 판단 잘못과 영화의 흥행 실패로 쓴맛을 봤다.

 

잔혹한 영화 배경된 전남 곡성군 이미지 악영향 우려조차 떨치고
촬영지 방문객 발길 줄이어 개봉후 5~6월 관광객 35만명 ↑

영화 ‘부산행’ KTX 세트장 사들여 관광상품화 추진중 비용문제 포기
인근 요트경기장 계측실로 옮겼지만 3개월 가량 방치되다 결국 폐기

 

 

영화 마케팅으로 가장 큰 소득을 올린 지자체는 전남 곡성군이다.

스릴러 영화 ‘곡성(哭聲)’이 개봉하자 곡성(谷城)군 주민은 우려가 컸다. 지역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유근기 곡성군수는 지역 일간지에 “우려를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의 순간이 온다”면서 발상의 전환을 역설하며 지역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을 기고해 화제가 됐다.

유 군수의 글로 잔혹한 영화의 배경이 된 곡성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잘 알지 못했던 관광지 ‘곡성’에 대한 관심이 부각됐다.

영화 속 배경이 된 촬영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해 22만명 수준이던 곡성 세계장미축제 방문객은 영화 개봉과 맞물려 축제가 열린 올해 1만5000명이나 늘었다.

영화 개봉 후인 5∼6월 곡성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만명이나 증가했다.

제대로 ‘미끼’를 문 곡성군은 영화 촬영지인 석곡면과 목사동면 일대를 정비하고, 영화 촬영 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민간 여행사와 영화를 활용한 여행 상품까지 개발했다.

반면 영화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넘기면서 출연 배우는 물론 제작사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남몰래 눈물짓는 곳이 있다.

‘부산행’의 KTX 세트장을 사들여 관광상품화를 추진하다가 비용 등의 문제로 포기한 부산 기장군과 부산시 등이다.

KTX 세트장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던 부산영상위원회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행’ 제작자 측은 이 영화 제작 초기의 고민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열차 내부 장면을 어떻게 촬영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KTX 열차 내부 세트장이다.

제작자 측은 2억 원 남짓한 비용을 들여 KTX 객차 2량을 세트로 만들어 부산촬영스튜디오 내에 설치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KTX 내부 장면 촬영은 지난해 6∼8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촬영이 끝난 뒤 부산영상위원회는 이 세트장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다음 영화촬영을 위해 세트장을 바로 비워야만 했지만, 버리기는 아까워 KTX 세트장을 갖고 가 관광 상품화할 만 곳을 수소문했다.

영화 산업관광에 평소 관심이 많은 부산 기장군과 모 문화재단 등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기장군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중도 포기했고, 큰 관심을 보인 문화재단도 비용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부산시도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세트장을 관광 상품화하려는 데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 세트장은 인근 요트경기장 계측실로 옮겨져 3개월가량 방치됐다가 지난해 말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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