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에어로폴리스지구…항공관련 복합산단 특화 선회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속보= 민간 투자를 전제로 지난해 4월 청주국제공항 인근에 착공한 에어로폴리스 지구가 혈세만 낭비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항공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30일자 1·5면

충북도가 민선 4기부터 7년여 동안 연간 수천억원의 파급효과가 발생, 황금알을 낳는 차세대 먹을거리라고 잔뜩 기대하며 추진한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조성 사업이 무산된 가운데 도의 이 같은 출구전략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시 되고 있다.

30일 충북경자청에 따르면 청주 에어로폴리스로 지정된 청주공항 인근 47만여㎡의 부지에 1569억원(도·시비 1162억원)을 투입, 계류장·격납고·저류시설이 들어설 1지구(15만3086㎡)와 항공산업시설이 들어설 2지구(32만627㎡)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올해 2지구 조성에 투입할 88억원도 확보했다. 2개 지구 가운데 1지구 조성 공사가 이곳을 관통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탓에 지지부진한 상황이었지만 MRO 사업 성공을 책임지겠다며 도의회를 설득, 예산을 마련한 것이다.

충북경자청이 현재까지 에어로폴리스 부지조성 등에 쓴 혈세는 246억원이다.

1지구의 경우 전체 예산 452억원 가운데 358억원을 확보해 토지보상비로 122억원을 썼으며, 전체 부지조성공사비 224억원 가운데 80억원을, 감리 등 기타 비용(12억원) 중 10억원 등을 집행한 상태다.

전체 710억원이 투입되는 2지구는 108억원만 확보되고 602억원은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설계비로 19억원, 공사비로 15억원 등을 집행하고 토지보상비로 70억원의 예산이 반영돼 있다.

이처럼 이미 전체 250억원대의 혈세가 투입된 에어로폴리스가 허허벌판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남 사천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MRO단지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충북도와 경자청은 아시아나항공이 사업포기를 선언한 뒤에도 청주 MRO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스타항공우주, 유성진공, 이엔씨테크를 시작으로 지난 3월 스펙코어와 세원코리아, 지난달 스페이스솔루션, 한얼시스템, 세진항공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만 입주해도 에어로폴리스2지구는 어느 정도 채워져 청주 MRO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는 게 충북경자청의 논리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MRO사업을 포기, 차질이 생긴 마당에 충북경자청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입주할지는 미지수다.

이시종 지사는 “아시아나의 사업 포기로 청주공항의 MRO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업범위를 MRO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항공물류, 항공서비스, 항공부품제조업 등 항공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 지사는 에어로폴리스지구를 항공 관련 복합산업단지로 특화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거나 국가특별지원을 받는 지방산단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청주 MRO사업과 관련 말 바꾸기를 거듭해온 데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시아나 항공이 이탈하면서 충북경자청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충북 경자청이 MRO단지 조성을 목표로 터를 닦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사업의 핵심 파트너인 아시아나항공이 사업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현재 3.3㎡당 100만원가량인 비싼 용지 분양가도 입주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KTX 역세권에 인접해 있는 오송2산단의 3.3㎡당 분양가는 98만원이고 기업들이 선호하는 진천과 음성지역 산업단지는 60만~70만원선이다.

이런 산단과 비교하면 항공기 소음 극심 등으로 입주 여건이 좋지도 못하면서 분양가는 충북지역 최고가인 청주 에어로폴리스를 원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투자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아시아나의 사업 포기 선언, 높은 분양가를 이유로 입주를 포기한다면 무려 246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청주 에어로폴리스는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하는 황량한 산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이의영(청주11) 의원은 29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2009년 MRO사업 추진결정시 면밀한 정보분석, 광범위한 의견수렴 등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함에도 MRO사업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맹신으로 너무 성급하게 착수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홍창(제천1) 위원장은 “아시아나 측의 사업 포기 의사 공개가 청주공항MRO 사업에 관한 출구 전략인 듯하지만 MRO를 대체할 사업은 없고, 그 자리에 첨단항공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도의 100년 먹을거리 사업을 놓친 이 지사는 도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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