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기요금 분납대상에서 아파트를 제외해 논란이 일자 지난 29일 혜택 대상에 포함한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한전은 올 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7∼9월 요금이 10만원 이상이거나 6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경우 분납대상 월 요금의 50%를 납부한 뒤 나머지 금액은 3개월로 나눠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의 전기요금 분납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처음 도입했다가 단독주택 개별세대, 한전이 직접 요금을 청구하는 일부 아파트 세대에만 그동안 적용해 왔다.
대다수 아파트는 한전이 관리사무소와 계약을 맺고 있어 가구별 할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일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형평성 논란이 일자 한전은 뒤늦게 관리사무소를 통해 세대별 분납수요를 파악해 오는 5일 납기일(실제 사용기간 7월 15일∼8월 14일)부터 아파트 거주세대에도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7∼9월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현행 6단계 누진체계에 단계별 50㎾/h를 더해 구간의 폭을 넓혀 전기요금을 완화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로 인해 정부는 7∼9월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이 한시적으로 총 1300억원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 정부와 한전은 더 이상 소비자(국민)를 우롱하는 ‘조삼모사’식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안을 내 놓지 말고 대폭적인 손질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전과 정부가 각각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완화책으로 내 놓은 분납과 할인제도가 실제 사용량 보다 소비자들이 과중하게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시장의 논리에 어긋나는 것은 매 한가지란 이유에서다.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도입된 제도로 가정이 절약해 기업을 도와주자는 개발시대 논리로 만들어졌다.
이제 산업구조가 정보통신(IT) 및 서비스 시대로 변모한 상항에서 40년 전 산업구조와 에너지 수급 구조에서 만들어진 구시대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지 정부와 한전은 신중히 고민해 봐야 할 때다.
현재의 전력생산 및 공급시스템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를 합리적으로 바꾼다면 전력 수급 구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고려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못하면 한 달 이상 폭염이 이어지는 계절에 전기요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하루 4시간 만 에어컨을 켜야 하는 너무도 가혹한 시스템은 계속될 것이고 끝내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할 것이다.
또 정부는 ‘무더위 만 피하면 겨울엔 잊혀 진다’는 식의 에너지수급 정책 보다는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에 경주해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