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인류가 사람다운 생활을 하는데 있어 결정적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불이 가끔은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오는데 너무 가까이 할 수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이라고나 할까.

예부터 물과 불을 다스리는 자가 세상을 지배했다. 인간생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물과 불은 상극이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어떠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왔다. 그런 문명을 지탱하는 근간은 바로 가족으로 구성된 집이었다. 아무리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 더 나아가 혼밥족으로 불리는 독신세대가 증가하는 시대에도 집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제공해 주는 안식처다.

현대인들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주거시설에서 해마다 화재로 인한 사상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러 처종별 화재사고에 있어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로 분석 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우리 소방당국에서 내린 특단의 조치가 다름 아닌 모든 주택에 기초소방시설 의무적 설치이다.

2017년 2월 4일까지 층별로 소화기 1대씩,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구획된 실마다 설치해야 한다. 이는 사회 구성원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의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사회가 편안해지고 나아가 국가가 행복해지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함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청산119안전센터는 고령화로 접어든 전형적인 농촌사회로 생업은 주로 농·축산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옛 정취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매월 2일, 7일에 개설되는 청산 5일장이 그것이다. 다수의 지역에서는 이미 없어져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청산면에서는 익숙하다. 대부분의 올드 세대가 고향을 떠올리면 연상 되는게 5일 장터의 풍경으로 장사꾼들의 흥정과 소박한 먹거리 등으로 사람 사는 정취를 물씬 맡을 수 있어 마냥 행복한 전경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에는 항상 반대급부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5일장은 그야말로 난장으로 그곳에는 아무런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5일장의 특성상 각종 천막과 좌판 등이 빼곡한 장터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방차 진입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자칫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이는 소화기” 시책이다. 이번에 청산 5일 장터 2곳에 설치해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눈에 쉽게 띄는 곳에 비치하여 운용 중에 있다.

우리 소방활동 격언에 “화재 초기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보다 낫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화재발생 5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소화기는 그 자체로는 작은 도구에 불과하지만 화재발생 시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 바로 소화기의 쓰임새다.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고 어르신들이 고향을 느끼고 싶을 때 찾는 5일장의 안전을 작은 소화기 1대가 지켜준다면 소화기야말로 정말 소중한 제 2의 소방관이라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