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집집마다 시험결과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설마 하는 마음에 전기요금고지서를 기다렸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전월 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 이라는 불안감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7월 검침 기준으로 36만4991가구의 전기요금이 전월 대비 2배 이상 올랐고 5배 이상 오른 가구도 1만8807가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가 낸 전기요금만 279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전력사용량은 전월대비 6.5% 늘었지만 전기요금은 13.7%나 급증했다. 이는 11.7배에 달하는 고율의 누진제가 적용된 결과로 가정에서 월 100㎾h 이상의 전기를 쓰면 6단계로 나눠 요금이 폭증하도록 만든 요금폭탄인 것이다.

주택용 판매단가(123.69원/khw)가 산업용(107.41원/khw)에 비해 15.2% 비싸기 때문에 사용량은 전체의 13.6%인데 반해 전기요금 비중은 15.0%나 됐다. 주택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사용량과 전기요금의 차이에 따라 국민이 추가로 지불한 차액을 추산해보면 최근 5년간 6조6089억원에 달했다.

반면 산업용의 경우 같은 기간 7조5000억원의 절감 혜택을 받았다. 20대 대기업들이 받은 혜택은 더 크다. 한전이 2012~2014년에 20대 대기업에 원가보다 낮은 요금으로 전기를 판매해 입은 원가손실만 3조5000억원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연간 1조원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상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정과 달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온 종일 에어컨을 켜고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가정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일까. 폭염 속에도 요금폭탄이 무서워 냉방기 스위치만 만지작거리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이 내년 여름은 올 여름보다 더 무덥다고 하니 벌써부터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의 시원한 여름을 되찾고 산업계나 대기업, 상가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누진제 개편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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