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정환

팔월, 하고 싶은

 

류정환

 

팔월 산에 드니

매미들, 죽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우화한 지 벌써 사나흘

남은 소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다시 침묵의 세월이 닥친다고

저 수컷들, 몸이 달아 소리소리 지른다.

 

여름 숲에 들면 나도

무작정 하고 싶다.

긴긴 여름날을 지칠 줄 모르고

몸으로 팰생의 연서戀書를 써 날리는 매미들.

 

내게 남은 날은 얼마인가

생각이 많을수록 바튼 숨을 다스리기 어려워

현기증 나는 몸이라도 일으켜

무작정, 무작정 하고 싶다.

 

△시집 ‘검은 밥에 관한 고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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