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언구 전 충북도의회 의장

충북도의회 의장을 맡은 이후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거대한 물줄기를 타고 흘러온 듯하다. ‘충북’과 ‘도민’이라는 대의를 위해 여여히 흐르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기도 했고, 때로는 크고 작은 바위들과의 부딪힘과 마찰로 힘든 여정을 이어가기도 했다.

곳곳의 걸림돌과 힘들고 어려운 고개들을 만날 때마다 도민을 대변해야 한다는 흔들림 없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나날들이었다. 그 길섶마다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인연들을 쌓아왔는데 아직도 가슴 한켠이 시리면서도 보람으로 가득 찼던 기억으로 남는 인연이 있다. 바로 청주시 남이면 다둥이 가정과의 인연이다.

2014년 7월 1일 통합청주시 출범식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평범한 중년 여성이 앉아 있는 것이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다자녀 부모대표로 참석한 다둥이 엄마였다.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다둥이 엄마에게 관심을 보였고 내가 11명을 둔 다둥이 엄마라고 소개해 드리자 대통령께서는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내가 12명을 낳으면 대통령께서 특별히 격려를 해 주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며, “애들 잘 키우시라”며 다둥이 엄마를 격려해 주셨었다.

며칠이지나 10대 충북도의회의장에 취임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이 다둥이 가정이었다. 당시 충북에서 가장 많은 자녀를 둔 다둥이 가정은 집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허름한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었다. 집안 생계에 보태기 위해 고사리 손으로 재활용품을 모아야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해맑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둥이 엄마가 3개월 된 막내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가슴에 안긴 막내 아이를 바라보는 다둥이 엄마의 애달프고 소중한 눈길에 가슴 저미는 사랑이 느껴졌다. 그러나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을 안고 돌아 섰었다.

그 이후 딱 1년이 지난 6월 22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다둥이 가정의 막내아이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한걸음에 달려갔을 때 엄마, 아빠, 아이들 모두가 막내의 사고에 비통함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 사고현장을 목격했던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렇게 마음만 아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떤 방법으로 도울까를 궁리해 보았다.

당시 강영원 KBS청주방송총국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연을 전하고 가족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생활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순위 같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후 강 국장님과 호흡을 맞춰 이시종 지사님과 김병우 교육감님, 노영수 청주상공회의소장 등 각계에 호소했다. 이명식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도의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김광득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충북)지구 총재 등 각계에 어려운 다둥이 가정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충북)지구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각계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마련한 아담한 집을 지난해 12월 8일 다둥이 가정에 인계해 주었다. 남향에 자리 잡은 다둥이 가정의 새 보금자리는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집안에 온기가 가득했다. 지면을 빌어 우리의 소중한 이웃에 따뜻한 손길을 기꺼이 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외에도 도의원들과 의회사무처직원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금해 매년 사랑의 연탄 나누기 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충북도의회가 의정을 펼치는 것과 함께 어려운 우리의 이웃들에게 온정을 전하는 것 또한 의회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먼 강을 건널 수 있게 하는 다리가 되어 준다고 믿는다. 우리가 만나는 소중한 인연마다 사랑의 징검다리가 되어 ‘너’와 ‘나’가 아닌 ‘우리’로 함께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서라면……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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