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초혜

고향에

 

김초혜

 

열여섯 살 적 얼굴을 하고

불혹에 만나러 가는

청주의 고샅길에

 

서리 묻은 옷을 벗어 놓고

보리밭 자락을 뒤집어 쓰고

주마를 묶어 놓고

떠나보는 전조前兆

 

저승도 불러내어

어머니 소식도 물어 보고

맨드라미도 찾아내어

여학교 적 동무 주름살도 잊어보고

사직동 길가 돌멩이에 새겨진

서툰 사랑도 선연히 아파 오고

희망만 빼 놓고는

그대로 숨어 있는 얘깃거리가

실타래로 풀려 감기는 곳

 

골목엔 눈물의 고압선이 걸려 있고

나는 바래지지 않은 목청으로

부재를 찾아

소녀가 된다.

 

△시집 ‘사랑굿’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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