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충동 독거노인 신모 할아버지

▲ 모충동 독거노인 신모 할아버지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명절이면 먼저 간 아내 생각이 많이 나 쓸쓸하지만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웃들 덕에 웃을 수 있습니다.”

민족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성큼 다가온 추석은 벌써부터 넉넉한 선물을 준비해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고 했다. 풍성한 추석의 부산함과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독거노인들의 마음속에는 스산한 바람만 가득 하다.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충북의 노령화지수는 106%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혼자 사는 노인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신모(92·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할아버지는 독거노인이다. 5년 전 아내를 하늘로 먼저 보내고 30년전 터를 잡은 모충동에서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아들 둘에 딸 하나, 삼남매를 낳았지만 저마다 가정을 꾸려 나가는 삶이 워낙 팍팍해 신 할아버지 혼자 쓸쓸한 아침을 맞게 된 지 여러 해다.

그나마 살뜰히 챙겨주는 딸이 있어 고됨이 좀 덜하다고 말하는 신씨 할아버지지만 딸도 생업에 쫓겨 항상 아버지를 돌보기에는 벅차다.

항상 추석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함께 아침 햇살을 맞던 아내가 가장 그리워진다는 신 할아버지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혼자 있는 집의 적막함이 아직도 낯설다.

명절마다 이웃집이 부산해질 때면, 아내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면, 신 할아버지는 TV를 벗 삼아 시간을 보내며 옛날 젊은 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에게도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쿠바며 미국이며 ‘해외 물’도 마셨고 늘그막에는 아파트 경비로 일하며 제복을 입고 경제활동을 하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은 아파오고, 일은 할 수 없게 됐다. 이제 나라에서 주는 연금과 주변의 도움으로 생활한다.

신 할아버지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 사는 탓에 쓸쓸하기는 하지만 세상이 그리 각박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주변 이웃들이 주는 도움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적십자봉사회 서원지구협의회에서 송편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신 할아버지. 그 송편 맛이 아주 으뜸이란다.

신 할아버지는 “추석이라고 혼자 사는 노인을 신경 써주고 있는 적십자 봉사회와 동사무소에 너무 고맙다”면서 “이 고마움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독거노인을 위해 오는 18일까지 응급관리요원 13명이 응급안전알림 시스템을 통해 응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생활관리사 83명이 1일 2회 이상 안부를 살필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적십자봉사회와 지자체 등 독거노인들을 위한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신 할아버지와 독거노인들의 가슴속 스산한 바람도 조금씩 덥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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