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430억원 투자해 고밀도 전지 개발…27개 기관 참여 대형 프로젝트

오는 2020년이면 국산 전기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약 400㎞) 단숨에 달리는 시대가 열린다.

민관 27개 기관, 연구진 230명이 추진하는 고밀도 전지 개발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현재 국내 출시 전기차 중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차량은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1회 충전 시 191㎞를 달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고밀도 이차전지 개발 프로젝트' 발족식을 개최하고 업계와 연구기관이 대거 참여하는 '전기차-이차전지 융합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전기차 1회 충전 만으로 400㎞를 달리는 고밀도 전지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총 430억원(산업부 270억원, 민간 16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기준으로 150wh/㎏수준인 전지 에너지밀도를 2배 이상 향상할 계획이다.

전지의 에너지밀도는 1㎏의 전지에 담는 에너지량(Wh)을 말한다. 에너지밀도가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이차전지시장은 정보기술(IT)기기용 소형전지에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용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고속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조기 사업화하기 위해 한국전지연구조합에 사업단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LG화학, 탑전지 등 전지기업을 비롯해 포스코켐텍, 더블유스코프코리아 등 소재 기업, 현대차, 대학·연구소 등 27개 기관이 참여한다.

프로젝트는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 등 4대 소재 관련 기술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양극 소재는 기존 50~60% 수준인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등 고전압용을 개발한다. 음극 소재는 실리콘·탄소 소재 복합 음극활물질을 개발해 부피당 리튬이온 저장 공간을 늘려간다.

전해액은 고전압(5.0볼트)에서도 전기화학적으로 안정된 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전지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분리막의 두께를 기존 20㎛(마이크로미터)에서 18㎛로 얇게 하는 등의 기술도 만들 예정이다.

프로젝트는 이 기술들을 결합한 전지 시스템을 개발해 제품화까지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김영삼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한 기업이 관련 기술개발을 전체적으로 다 소화할 수 없어 프로젝트로 묶었다"며 "전지시장은 한·중·일 3강 구도인데 선도적으로 국가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은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에 삼성SDI가 빠진 점에 대해서는 "제품 형태가 달라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며 "갤럭시노트7 리콜 문제가 터진 게 8월이고 이번 프로젝트 공모는 지난 7월에 진행됐기 때문에 서로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리콜 파문을 겪은 갤럭시노트7에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2010년 정부가 주도하는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 WPM(월드 프리미어 머티리얼) 사업에 참여해 이차전지용 전극소재 개발을 하고 있다"며 "기존 과제와 중복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관련 기업 간 협업 플랫폼인 '전기차-이차전지 융합 얼라이언스'도 출범했다. 얼라이언스는 기술 융합에 필요한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사업화 추진, 제도 개선안 발굴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차, LG화학, 포스코ESM, 일진전기, 에스티팜, 자동차부품연구원, 전기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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