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만물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름이다. 너나없이 휴가철로 접어들 때 염천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엄청난 교통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어린이집 스쿨버스 안에 8시간이나 갇혀 의식 불명이 된 네 살 된 어린이, 또 후진하는 스쿨버스에 치여 숨진 두 살 된 아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네 명이 숨지고 37명이 중경상을 당한 사고, 해운대교차로에서 23여명의 사상자를 낸 끔직한 사고는 생각하기조차 섬뜩하다.

연일 교통안전대란 속에 충격을 받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 ‘어르신! 교통안전 교육 받으세요!’라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읽어보긴 했으나 별 관심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매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늘어 2020년이 되면 4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나도 그 대열에 끼었구나’하는 생각에 교통안전교육이라도 열심히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시간 맞춰 나갔다. 관리실 앞에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라고 쓴 중형차가 있고 거의 남자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다. 직원인 듯한 아가씨가 접수를 하고 차량 안에서 무엇인가 준비하는 모습이다. 대상자들을 교육장으로 데려가는 줄 알았더니 이 차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한사람이 한 대의 컴퓨터 앞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은 30분내지 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너무 덥고 긴 시간을 서서 기다리기에는 힘들 것 같다. 공단직원은 ‘볼일이 있으면 갔다가 순서가 되면 연락 할 테니 그때 오라’ 했다. 그 말을 듣고 집으로 가서 기다리다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 나갔다. 마침 이름을 불러 차안으로 들어가니 여직원은 친절하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앞에 주었다. 첫째 목표점을 보고 차가 이동하는 경로를 찾는 문제다. 좌측은 파란색 버튼, 우측은 붉은색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둘째 가로 세로 길에서 달리는 차의 속도를 찾아내는 문제로 빠른 쪽의 버튼을 누르고, 셋째 네 개의 물체 중 한 개는 다른 문제를 찾아내어 버튼을 누르는 문제다. 알면서도 너무 급하게 눌러댔으니 불합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며 일어섰다. 어쨌거나 이름 석 자만 써도 떨리는 것이 평가다. ‘또 다른 문제는 없느냐’ 했더니 컴퓨터문제는 다 끝났다며 즉석에서 ‘교육이수증’을 발급 해 주었다. 교육이수증을 받아들고 보니 인지기능검사결과 총점수란에는 점수와 합격 란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보험회사에 교통안전교육을 받았노라 연락하면 보험료 5%정도 감해 준다고 한다. 어쨌든 교육도 받고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은 셈이다. ‘이왕 교육을 시키려면 안전교육에 대한 이론교육도 시켰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노란색 스쿨버스가 왕이다. 차로에 스쿨버스가 스톱만 하면 주변에 있는 모든 차량들은 정지해야 된다. 대통령차도 마찬가지다. 스쿨버스를 추월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도 모든 차는 일단정지다. 만약 법을 어기면 엄청남 벌금과 벌점은 물론 면허도 취소된다. 교통에 관해서 엄격한 나라한 나라 교통선진국이다.

남유럽을 여행할 때 버스로 장시간을 달려 다른 여행지로 가는 도중 2시간이 되는 지점에 휴게소에 들어가 쉬었다. 궁금하여 물어보니 운전기사는 규정 속도와 2시간을 운전한 후에는 꼭 휴식시간을 갖게 되어있는 시스템이 장착되어 도착하면 그 기록부터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만약 그 시스템대로 행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진정한 교통선진국인 민주주의 나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낙후된 교통도덕의 무지가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했다.

앞으로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순발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인명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인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무법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은 생각지도 않고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은 물론 보복운전이 만행되고 있는 요즈음 차를 운전하기에 너무 무섭다. 나만 잘해도 안 되는 것이 교통안전이다. 아무튼 평생을 두고 교통안전교육은 누구나 알아야하고 지켜야 할 일이다. 도로교통공단에서는 교통안전에 대한 세밀한 시스템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힘쓸 일이다. 나부터 조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명랑하고 밝은 교통문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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