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중부대 교수)

▲ 최태호(중부대 교수)

 영국은 왜 EU를 탈퇴하려고 했을까? 직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독일이 난민정책에서 잘난 척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실리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그리스의 경제위기와 근본적으로 정치통합이 안 된 EU의 한계가 원인이다. 즉 환율과 정치가 함께 통합되었어야 하는데 환율은 통합되었다지만 정치는 제 각각이라 자정기능을 발동하지 못하고 있어 영국은 그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EU에 가입되어 있으면서도 영국은 유로화를 쓰지 않고 파운드화를 고집하였다. 파운드화에는 영국여왕의 초상이 들어 있어서 자존심 때문에 포기하지 못했고, 런던이 금융허브인데 유로화를 쓸 경우 독일로 금융허브가 넘어갈 가능성이 컸던 것도 그 이유다. 이 와중에 스코틀랜드는 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그리 노력하였을까? 이유는 민족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로마제국의 후손으로 프랑스 가까운 곳에 살다가 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북쪽으로 밀려나 어렵게 살고 있다. 민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스코틀랜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북해유전의 대부분이 스코틀랜드 영해에 있어 영국의 돈줄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존심과 돈줄으로 포기하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영국은 EU는 탈퇴하고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못하게 하는 이율배반적인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영국여왕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파운드화를 고집하고 유로화를 쓰지 않고, 시리아의 난민으로 인한 고통은 분담하기 싫으며, 세계 금융시장의 우두머리는 되고 싶은 여러 가지 이유가 영국을 여기로 몰고 왔다. 특히 노인들이 심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영국의 국수주의적인 경향으로 가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순수혈통주의와 다문화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상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있으며, 다문화사회에 대한 배려는 이제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슈화되고 있다. 사드문제도 그렇고, 세월호 진실게임도 그렇다. 중요한 것을 배제하고 논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이 지나치게 심하다. 추석이 지난 후 각 당의 전략이 바뀌는 모양이다. 아마도 민심이 사드배치 쪽으로 기우는 것을 감지한 모양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스코틀랜드를 독립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와 같다. 돈줄을 놓기는 싫고 독일의 잘난 척하는 것은 보기 싫고 자존심을 살리고 싶은 것이 영국인들의 심산이다. 우리의 심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각해 보자. 군동성애를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소수성애자의 권리를 찾아주자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수성애자 중에서 시체성애자나 노인성애자, 아동성애자 등도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사실 차별금지법 대로 한다면 이들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시체성애나, 아동성애, 노인성애 등은 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다문화가정 차별금지법, 유색인종 차별금지법 등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낫다. 앞으로의 세상은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이 될 것이다. 아마 30년 후가 되면 우리나라도 동성결혼이 합법화 될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디가지나 대한민국이지 유럽의 어느 나라나 미국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효를 실천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지구가 멸망해도 가지고 가야 할 사상이 있다면 그것은 효라고 하였다.
 유럽의 오늘을 보면서 우리는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한 때는 유럽이 EU로 세계를 지배할 줄 알았다. 그러나 재정과 정치의 다양성으로 인해 결국 그들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유럽을 하나로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순수혈통주의를 주장하면서도 다양한 종교를 수용할 줄 아는 포용력 있는 민족이다. 천주교와 기독교가 동일한 성경을 사용했었고, 시어머니는 절에 나가도 며느리 교회에 가는 것을 금하지 않은 민족이다. 너그럽고 배려할 줄 아는 민족인데, 무분별한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즐기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위정자들이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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