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감독 12년만에 첫 작품… 가상세계 관계 조명

영화 ‘러브레터’(1995)로 유명한 일본의 이와이 순지감독이 ‘립반윙클의 신부’란 신작으로 12년 만에 국내 관객을 찾는다.

순지감독은 미국에서 ‘뱀파이어’(2011)를 만들기는 했으나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아 국내 관객에게는 ‘립반윙클의 신부’가 ‘하나와 앨리스’(2004) 이후 처음 접하는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블랙 이와이’(흑과 백) 계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백과 흑으로 나눈 적이 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1998), ‘하나와 앨리스’(2004)가 밝고 깨끗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면,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1996),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은 어둡고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와 앨리스’와 비슷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극 중 파견교사 나나미(구로키 하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래닛’을 통해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의 결혼은 자신의 부모와 친척과 관련한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얼마 안 가 파탄이 난다.

그는 플래닛을 통해 알게 된 아무로(아야노 고)를 통해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의뢰받은 이의 친척 행세를 하는 일이다. 이 일로 플래닛에서 아이디 ‘립반윙클’을 쓰는 마시로(코코)를 만난다.

이혼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나미와 남모를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사는 마시로는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다룬 로맨스 영화 같지만 추리소설에 못지않게 정교한 플롯을 지녔다.

이는 감독의 영화 철학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한 영화를 만들 때 3∼4년이 걸려도 관객을 납득시킬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의다.

감독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왕따’ 문제를 다뤘다면 10여 년이 지난 이번 영화에서는 스마트폰과 SNS에 주목한다.

극 중 나나미의 삶은 SNS에서 만난 관계로 직조된다. 그는 이 관계로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졌다가도 다시 이를 헤쳐나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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