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흥기(한국농어촌공사 충북본부장)

▲ 민흥기(한국농어촌공사 충북본부장)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15인구주택총조사는 예상보다 급속하게 늙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심각한 것은 총 인구 5107만명 중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691만명으로 13.2%를 차지했다.
특히 농어업 비중이 높은 전남은 65세 이상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유소년(0~14세) 인구 100명당 고령(65세 이상) 인구수를 의미하는 노령화 지수를 보면 2010년 68.0에서 2015년 95.1로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출산율은 저조하고 고령화는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 속도라면 내년에는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1985년과 비교해 유소년 인구는 518만명 줄고 고령인구는 482만명 늘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총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8.5%이고 2050년 이면 17%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 평균의 두 배가 넘는 35.9%까지 증가해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노인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보다 시급한 건 노령층의 빈곤 문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 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도시근로자 가구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1995년 95.7%에서 2014년 61.5%로 도농 간 소득격차는 크게 확대됐는데 전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38%에 달하는 우리 농촌의 상황을 볼 때 노령층의 빈곤 문제는 도시 보다 농촌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저소득 고령 농민은 농업 이외에 별다른 소득원이 없어 더욱 취약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각종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농촌 고령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고자 2011년에 농지연금을 도입했다. 농지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매월 연금을 받는 대출상품과 유사하지만 주택 대신 농지를 맡기는 것이 다르다. 가입대상은 영농경력 5년 이상이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 고령농민이고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받고 있어도 제한이 없다.
물론 모든 농지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담보 농지가 전?답?과수원이고 실제 영농을 하고 있어야 한다. 또 상한 규정도 있어 3ha 미만만 가입이 가능하다. 이는 3ha 이상의 농가는 경제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농가 중 3ha 이상 농지를 소유한 농가 비중은 2.9%에 불과하다.
연금 지급방식은 생존하는 동안 매월 지급받는 종신형과 일정기간 동안 지급받는 기간형으로 구분된다. 종신형은 100세가 넘어도 지급되며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생존하는 동안 지급된다. 기간형은 약정한 지급기간(5년?10년?15년) 동안 지급되며 배우자가 승계 받을 경우 남은 기간만 지급받을 수 있다.
담보농지는 가입기간 내 영농을 계속할 수 있다. 질병 등으로 영농이 어려울 경우 농지은행에 임대위탁 할 수도 있다. 더불어 농지연금에 가입된 토지는 재산세 감면 혜택도 있어 6억원 이하 농지는 전액 감면, 6억원 초과 농지는 6억원까지 감면된다.
지금의 농촌 빈곤 고령층은 평생 농사지으며 자식 뒷바라지 하다 질병 등의 이유로 경제력을 잃어 마땅한 소득원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 노인들의 경제적 자생능력이 높아지면 정부의 복지 부담이나 자녀의 부양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농지연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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