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항공정비(MRO)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업포기로 촉발된 MRO 사태가 원죄론까지 거론되면서 전·현직 충북도지사 힘겨루기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청주공항 MRO사업은 민선 4기부터 6기인 지금까지 추진된 충북의 핵심 성장산업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2009년 12월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시범단지로 단독지정한데 이어 충북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협약(MOU)을 체결,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2015년 1월 MRO사업방식을 기업과 지자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평가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결국 KAI는 충북과의 협약을 깨고 경남 사천으로 떠났고 이에 충북도는 아시아나항공을 새 파트너로 잡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역시 1년 6개월을 허송하다 사업참여를 포기, 급기야 청주공항 MRO사업은 좌초위기를 맞았다.

충북 정치권의 공방은 피할 수 없었다. 충북도의회 새누리당의원들은 이시종 지사의 사과와 전상헌 충북경자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MRO특별위원회를 구성, 압박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이 지사는 사업실패 인정은 커녕 전 청장의 사표까지 반려하면서 정공법을 택했다. 그러는 사이 충북도정은 두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소용돌이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런 가운데 이 사업을 처음 추진한 정우택 전 지사(현 국회의원)의 원죄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정치공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MRO사업부지를 방문한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애초부터 대형 항공정비사업을 할 수 없는 땅이었다’, ‘핸드볼 경기장도 못 지을 땅에 월드컵 축구경기장을 지을 것 처럼 허위 보고했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사업을 처음 추진한 정 전 지사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당시 충북도는 청주공항 주변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MRO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애초 급박한 상황속에서 부지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충북도는 수장이 누가 됐든 간에 사업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MRO가 충북의 신성장산업이라며 6년여동안 이용만 하고 이제 와서 원죄 운운하며 물타기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다.

축구경기에 전후반 감독이 있다고 치자. 지금 충북에서 돌아가는 꼴은 경기에 져 놓고 패인을 전반전에 먹은 골로 몰고 가며 전반전 감독에게 문제가 있다고 뒤집어 씌우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MRO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충북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위활동도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이다. 재탕삼탕으로 흘러 시간만 끌 것이 뻔하다. 이쯤되면 여·야 모두 출구명분을 찾아 서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 방안으로 전문가 집단이 대거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한다. 거기서 향후 MRO사업 대안을 찾고 적극 추진하면 된다. 행정에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배는 산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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