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 3선 도전 겨냥 연일 ‘이시종지사 때리기’
소속 도의원…MRO등 도정 현안 정쟁 변질 경계

▲ 송태영 새누리당 충북도당위원장이 2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시종 충북지사가 청주발전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새누리당 충북도당과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도당은 좌초된 청주공항 항공정비(MRO)사업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연일 이시종 지사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소속 도의원들은 정치 쟁점화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희 의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장외 논쟁을 피하고 MRO 특위에서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자”고 촉구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 충북도당이 불과 하루 만에 이 지사의 실책 탓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나서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새누리당 소속 엄재창 청주MRO특위 위원장이 더민주당 도의원들에게 특위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송태영 새누리당 충북도당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시종 지사 책임론을 꺼내들자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당이 앞장서서 정치 쟁점화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난감한 모습이다.

송태영 새누리당 충북도당위원장은 27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해 “이 지사는 능력으로 승부하는 행정의 달인이 아니라 궤변과 포장으로 꾸며 여론을 호도하는 선동가”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실패로 끝난 오송역세권개발사업과 관람객이 예상보다 적었던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비판도 꺼내놨지만, MRO단지 조성사업 좌초에 대한 이 지사의 책임론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

송 위원장은 “MRO사업이 끝내 좌초되자 이 지사는 그 책임을 전임 정 지사에게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랜 기간 추진된 이런 사업이 어떻게 (이렇게 맥없이)실패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실패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식으로 사업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이 지사와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이 지사의 3선 도전을 견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3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는 이 지사가 이런 식의 도정운영으로 또다시 선거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도민들에게 불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그동안 이 지사는 청주지역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공약으로 선거불패의 신화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이 지사 재임기간을 뒤돌아보면 전시성 이벤트 행사에 혈세를 낭비하는 실정이 많았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이달 들어서만 7번째 비판성명을 냈다. 그동안 MRO, 이해찬의원 더민주 복당, 무예마스터십 등을 놓고 무차별 폭격을 가해왔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은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엄재창 청주MRO특위위원장은 “특위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리면 될 일을 당이 왜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더민주당 도의원들에게 “더는 장외 논쟁을 하지 말고 즉시 특위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MRO단지 조성사업의 좌초 책임을 새누리당 소속 정우택 전 지사에게 돌리며 이를 따져보기 위한 토론회를 자체적으로 열겠다는 더민주당 의원들 ‘보듬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도의원들에게도 “MRO 특위에서 의혹을 규명할 테니 이 시간 이후로 기자회견을 자처해 책임론을 거론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런 시점에 이뤄진 송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새누리당 도의원들 입장에서 특위 가동 명분을 흐리는 발언으로 비친 것이다.

김양희 도의장도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가 MRO 사업의 정치 쟁점화를 스스로 경계하는 상황에서 도당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장의 요구를 송 위원장이 외면한 모양새가 되면서 김 의장 체면도 구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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