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원 <전 충북도적십자사 회장>

젊음을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마음 졸이며 살아온 시절에 대해 후회는 없다.

어려웠던 시절 나라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해 왔고, 석재 수출이라는 큰 업적도 달성했다.

어떠한 현상에 반응하는 단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모으고 표시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유용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이쯤에서, 인생 80대 중반에 들어서서, 충북도의회 의장까지 역임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음성군 범죄예방위원장시절 이건용 전 음성 군수가 선거법위반으로 검찰조사를 받을 무렵이다. 당시 지역원로들과 구명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1만5000여명의 주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고인이 되신 이기준 군노인회장, 박광식 민주평통 음성군협의회장, 김윤길 음성군기독교연합회 회장, 고인이 되신 미타사 명안 주지스님, 이원배 위원장, 임광재 회장, 음성상공회의소 최익한 회장, 조항욱 원로 등과 같이 직접 검찰청을 방문해 탄원서를 전달했다.

(그 때의 탄원서는 현재까지 가지고 있다.)

당시 탄원서엔 “음성지역이 불신풍조가 만연돼 지역이 안정되지 못하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해 주민들 간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 지역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로 덧나고 있습니다. 각종 시책과 대형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여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군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음성지역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에 음성군 행정의 수장이 직무수행을 정지 당하는 사태까지 이르러 군민들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할 뿐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항상 정의를 앞세우는 가운데 ‘진실 되고 참되게 살자’ 라는 좌우명을 토대로 생활해 왔고 군수 취임 후에도 관사를 사회복지시설로 활용토록 하고 휴일에는 직접 자가운전으로 업무를 보는 등 새로운 군정 추진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신선한 기대감을 불러왔습니다.

음성군수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였으나 음성지역 주민들은 하루속히 지금의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지역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음성군내 민간 사회단체를 비롯한 군민들이 연서하여 간곡히 드리오니 이건용 군수와 음성군민들이 음성군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대하게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이제 와서 새삼 말하는 것은 지역의 원로로서 당시 현실이 참담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음성에서 몸담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 조성에 힘써 왔다. 지금은 나 자신도 80이 넘은 나이지만, 어르신들이 좀 더 편안한 가운데 활동할 수 있도록 사랑의 지팡이 7000여개를 지원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평곡산업을 운영할 시절이다.

1개당 1만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되는 사랑의 지팡이를 걸음걸이가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제공했다. 용머리 손잡이 등 4종류로 제작된 지팡이를 마을 경로당 등을 통해 관내 70세 이상 노인 7000여명에게 전달한 것이다.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평곡장학회도 구성해 가정형편이 어렵고 학업성적이 우수한 관내 중·고·대학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학금을 전달하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줬다.

우리 시대 노인들은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시련과 아픔을 겪어온 세대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사고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노인들은 신세대의 문화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을 통해 신·구세대가 조화를 이뤄야한다.

이 길 만이 건전한 사회분위기를 만들 수 있음을 나는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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